경제·금융

[공기업, 인사혁신으로 거듭난다] <기고> 人事가 경영혁신 근본

박인철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흔히 공기업이나 정부산하기관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도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각 분야에서 경쟁과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은 생존 자체를 위한 화두이자,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한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성과중심 경영, 고객만족 경영, 반부패 윤리 경영 등 각 기관 특성에 적합한 혁신 모델을 찾아 적용한다고 모두들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사실 공공기관만큼 그 동안 이룩한 성과에 비해 국민으로부터 낮게 평가 받고 있는 부문도 드물 것이다. 노사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전에 없이 높아 졌다.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놓고 보거나, 경영실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는 사실을 보아도 그간 쏟은 노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더욱 빠르게 높아만 가고 있어 웬만한 성과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 인사 문제는 어렵게 쌓아 놓은 국민의 신뢰를 쉽게 무너뜨리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장이나 임원 선임, 직원 채용에 있어서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사 운용의 불투명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요즘은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면 능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낙하산’으로 매도당하는 형국까지 왔다. 정부도 인사제도 개선을 위하여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이제 기관장을 뽑을 때는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통하여 가장 적합한 인사가 선임되도록 하고 있고, 공개 모집을 제도화하여 인재 풀을 넓히기 위해 힘쓰고 있다. 먼저 도입 초기에 있는 공개모집제를 대폭 보완할 방침이다. 지난 1년간 공모제를 통하여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크게 높였으나, 인재발굴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응모자 가운데 유능한 인재가 충분히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아예 응모하지 않은 숨은 인재들을 발굴, 등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본인의 응모 뿐만 아니라, 타인이 추천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둘 것이며, 공개모집 대상이 되는 직위의 범위도 조정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절차를 강화하여 비적격자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예정이다. 각 기관과 해당 직위의 특성에 따라 미리 직무수행에 필요한 요건을 설정해 놓음으로써, 요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아예 후보가 될 수 없도록 막을 방침이다. 출신에 관계없이 가장 유능한 적격자가 다양한 경로로 선임될 수 있도록 보완책도 강구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인사관리 시스템 자체를 성과와 보상간의 연결고리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고쳐 나갈 계획이다. 정부투자기관의 경우 지난 20년간 경영실적 평가를 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정부산하기관에는 현재까지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더욱 취약했던 게 사실이다. 금년에는 정부산하기관에 최초로 경영실적평가가 시행된다. 공공기관 관리에 있어서 일대 분수령이 될 경영실적 평가의 결과가 기관장이나 임원 인사에도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인사 적격성에 대한 검증이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할 것이다. 경영진이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체제가 구축될 때, 비적격자는 근원적으로 발을 붙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일반직원을 채용할 때에도 경력직, 계약직을 막론하고, 공개모집 원칙이 널리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인사운영을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고,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경영혁신의 근본은 인사혁신이다. 정부도 인사혁신을 통하여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국민기대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직위에 가장 적합한 인재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서 등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하나하나 정비해 나갈 계획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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