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르노·닛산 동맹 시험대

정치적 압력 ·불균형 성장에 경영 갈등

2018년 후 경영체계 변화 불가피

"지주사 설립후 내부합병" 분석도

지난 16년간 끈끈하게 이어온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일본 닛산자동차 간 전략적 제휴(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고용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간의 정치적 이해갈등이 불거진데다 두 회사 간 불균형 성장문제 등 근본적인 경영상 모순들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은 13일(현지시간) 1·4분기 경영실적 발표 자리에서 최근 자사 경영권에 대한 간섭을 확대하며 제휴관계를 흩뜨리는 프랑스 정부를 "매우 민감한 상황을 초래했다"며 비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곤 회장의 비판은 지난달 8일 프랑스 정부가 보유해온 르노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기습적으로 확대(15%→19.7%)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기업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해온 장기 투자자의 의결권을 두 배로 늘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플로랑주법'을 입법했는데 이 법이 적용되면 르노 지분을 장기 보유해온 프랑스 정부의 의결권은 내년부터 두 배로 증가하게 된다. 이것이 회사 경영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곤 회장이 해당 법안의 자사 적용을 막기 위해 '1주1의결권'을 골자로 한 안을 3월 이사회에서 가결시키자 프랑스 정부가 해당 안건의 주주총회 통과를 저지하려고 지분을 늘린 것이다. 결국 지난달 말 열린 주총에서 곤 회장의 역습은 좌초됐다.


프랑스 정부가 르노닛산에 대한 입김을 강화하는 데는 자국 내 기업의 투자·고용을 늘리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기사



물론 그동안 양사 간 동맹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컸다. 1999년 파산 위기에 몰렸던 닛산에 르노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한 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총 자동차 판매량은 800여만대 수준까지 성장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빅4'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양사는 주요 인재는 물론 자동차플랫폼 비용까지 크게 줄이면서 지난해에만도 38억유로(약 4조7,110억원대)를 절감했다. 특히 르노는 닛산의 인프라를 이용해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에서 영업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서는 두 회사 간 성장 불균형 문제가 커졌다. 지난해 두 회사가 판매한 차량 847만대 중 60%가량이 닛산의 실적이며 르노그룹 순익의 약 80%를 닛산을 통해 벌어들일 만큼 르노는 닛산에 의존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르노닛산의 해외 사업장 경영자 4명 중 3명이 닛산 출신이다.

두 회사가 인사·제조·판매 등의 측면에서 사실상 한 회사처럼 운영되는 형태지만 법적으로는 별개 법인이라 경영구조 자체가 실제적인 경영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비용분담과 제품개발 및 마케팅에서 양사 간에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일부 외신의 분석도 제기된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곤 회장이 뛰어난 지도력으로 문제를 봉합해왔지만 그의 임기만료 시점인 오는 2018년 이후에는 제휴경영 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CNBC는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을 겸영하는 IA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만들어 내부합병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등은 내년 정부의 의결권 확대에 대응해 닛산이 보유한 15%의 비의결권 르노 주식을 의결주로 전환하거나 르노가 보유한 닛산 의결주 43%를 40% 이하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