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칼럼] 한국 大選이 보여준것

커다란 환호, 힘찬 박수, 밝은 미소가 LA 코리아 타운의 상점과 레스토랑, 클럽을 온통 뒤덮었다. 누군가 이 광경을 봤다면 월드컵이 다시 열린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했을 거다. 그러나 이날 한국에서는 월드컵 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대선에서 진보적 성향의 노무현 후보가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미 서부 지역 많은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올해 56세에 불과한 노무현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들이다. 이들이 민권 변호사 출신의 노 후보에게 바란 것은 그동안 세를 불려온 재벌들에 대한 견제와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그리고 창의적인 정책수립, 서울에 대해 오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약간은 거리를 둔 입장을 취해줄 것 등이었다. 물론,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수십만명 한국인, 서부 해안 지역 수 만명의 한국인들이 모두 이러한 입장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노후보는 40세 이하 세대로부터 그 어느때보다 열렬한 지지를 받은 대통령 당선자임에 틀림없다. 이는 미국 정부가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 따뜻한 악수를 청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 김대중 정부와 같은 당 출신인 이 역동적인 정치인은 모스크바, 도쿄, 평양에서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이웃국가들로부터도 우호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노 당선자는 그러나 미 정부로부터 대단한 호감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지속과 이번 대선에서 노 후보를 지지한 절반 수 한국 국민들의 (반미 감정 등을 포함한) 압력은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 한번도 방문해 본일조차 없는 노 후보는 명실공히 당당한 승리를 얻어냈다. 2.3%의 표차로 승리를 얻어냈지만 대선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미 대선때와 같이)투표 용지의 천공을 일일이 검증하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노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 노 당선자는 그의 경제 개혁 의지와 대북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둘러싸여 있다. 더 큰 문제는 노 당선자의 소속당인 민주당은 현재 의회 272석중 102석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노 당선자는 모든 국민들과 의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파벌 정치와 지역 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는 백악관으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노 당선자는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더욱 평등한 입장에서 워싱턴과의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동시에 한미간의 쌍방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소 노골적으로 (노후보의 경쟁상대인)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왔던 부시 행정부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서 서울과의 관계 정립을 시도해야 한다. 백악관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부시 대통령과 노 당선자와의 평등한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그리고 백악관은 이제 되도록 빨리 '투덜거리는 일'을 멈춰야 한다. 물론 북한에 대해 '나쁜 경찰'을 자처하는 백악관의 태도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는 한국이 '착한 경찰'의 역할을 수행해 줄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미 정부가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화난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지금, 서울에서는 커다란 혼란이 일고 있다. 만약 미 정부가 노 당선자를 받아들이는 일에 실패하고 노 당선자가 반미 입장을 취하게 될 경우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노 당선자 역시 한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톰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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