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동법… 한보… 연초부터 강펀치/경제위기감 증폭

◎환율·수지­원절하 엔못미쳐 수출 먹구름/외채부담 한달새 2조원 늘어/물가­생산자·수입품 지수 급등세/고용­부도… 명퇴… 실업대란 우려/노사­노동법갈등 춘투연계 비상/부동산­시중돈 몰려 곳곳 투기조짐노동법파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우리 경제가 사상최대의 부도사건인 한보철강사건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경기를 채 추스르기도 전에 연달아 강펀치를 맞으면서 우리경제가 올 초반부터 갈피를 잡기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구나 우리경제의 환경을 규정해온 엔화의 움직임마저 엔저속도를 가속화시켜 수출경쟁력의 회복은 더욱 난망해지고 있다. 곳곳에 지뢰밭이 놓인 우리경제의 실태를 재점검해 본다. ▷환율·국제수지◁ 국제수지 적자폭이 지칠줄 모르고 확대되는데다 국제적인 달러화 강세, 그리고 한보철강 부도사태의 여파로 원달러환율의 가파른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환율의 상승세보다 엔달러환율의 상승세가 더 커서 환율상승이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물가상승압력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5년말부터 올 1월말까지 엔달러환율의 절하율은 15.3%로 같은 기간동안의 원달러환율 절하율 10.4%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곧 원화가치의 하락이 바로 무역수지의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원화가치의 하락은 수출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정설이나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선박 등은 일본제품과 국제무역시장에서 경합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화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저로 인해 일본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월중 통관기준 수출입차가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35억달러 적자에 달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원달러환율의 급등은 또 지난해 1천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외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크게 높이고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환율급변동에 따른 환차손규모를 확대, 경제 전반적으로 주름살의 골을 깊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 올 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0.8% 증가에 그쳐 예상보다는 의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0%를 기록,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함으로써 향후 물가불안요인이 잠복해 있음을 반증했다. 지난 한해동안 수입물가는 전년말월에 비해 5.6% 오른데 반해 수출물가는 3.8% 상승에 그쳐 수입물가의 가파른 상승이 교역조건의 악화 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에도 향후 시차를 두고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원화가치의 하락은 오히려 수입 원자재나 자본재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상승압력만 부채질하고 있다. ▷고용◁ 지난 9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데 이어 올해에는 한보철강 부도에 따른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의 연쇄부도, 그리고 자금경색에 따른 한계기업 및 재무구조 취약기업의 무더기 부도사태가 예상돼 대량 실업사태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자수는 전년말에 비해 10만명이 증가한 47만9천명으로 실업률은 지난 2년4개월만에 최고치인 2.3%를 기록했다. 더구나 지난해말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노동법이 재개정 논의에 진통을 겪고는 있으나 재개정되더라도 정리해고조항은 존속할 것으로 보여 감량경영을 통한 기업체질 강화라는 명분으로 대량해고 사태가 예상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대량 실업사태는 사회적 불안요소가 됨은 물론, 오는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논란이 예상돼 자칫 실업사태가 정치불안으로 전개될 우려도 높다. 실업문제 뿐만 아니라 고용인원의 탈제조업 경향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지난해 11월말 현재 4백65만1천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12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반면 SOC 및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95년11월말의 1천3백29만8천명에서 지난해11월말에는 1천4백2만4천명으로 72만6천명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중 제조업 취업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년11월말의 23%에서 1년후에는 22%로 낮아진 반면, SOC 및 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64.5%에서 66.2%로 높아졌다. ▷부도·자금사정◁ 한보철강 부도와 연루된 제도권 금융기관만 61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은 수조원에 이르는 여신을 한보철강 부도로 물린 상태이기 때문에 한보사태이후 여신운용을 지극히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한보에 대한 여신금액이 많은 은행들은 올해 거액의 적자결산이 불가피할 전망이고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권내의 자금흐름이 상당기간 동맥경화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점을 고려, 한보철강 부도이후 통화당국이 자금공급을 신축적으로 함으로써 시장 실세금리는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금리는 급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나 한계기업들의 연쇄부도 조짐이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침체로 상당수의 중소기업 및 한계기업들의 부도가 이미 예견돼 왔던 상황에서 한보철강 부도라는 엄청난 악재를 만남으로써 우리 경제는 두고두고 부도악몽에 시달릴 전망이다. ▷노사분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고비용구조를 타파한다는 개정취지와는 달리 노동관계법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 재개정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재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한보문제가 돌출, 노동법문제를 풀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결국 노사 양측의 불안감만 키우게 될 전망이다. 당장 봄철 노사협상이 걱정거리로 등장하게 됐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연말 대선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데서 출발한다. 이런 가정이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는 일년 내내 노사문제로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노사분규의 장기화는 곧 노사간 감정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그 여파는 관련 업체들의 연쇄도산과 실업사태를 몰고올 수 있다. ▷부동산◁ 한보철강 부도사태이후 엄청나게 풀려나오는 자금들이 산업자금으로 흡수되지 못한 채 결국 투기자금화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증시침체 장기화와 오는 5월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첫 신고가 겹치면서 시중 잉여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부동산가격 폭등양상은 올들어 더욱 심화, 관계당국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 가격상승 10년주기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쏟아질 것이란 기대심리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내놓는 각종 개발계획이나 규제완화정책은 부동산투기바람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빚어지면 우리경제는 또다시 거품경제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수◁ 올해 세수는 전년대비 13.8% 증가한 74조3천억원. 관세 등을 제외하고 국세청이 거두어 들여야 할 세금만 전년대비 14.4% 늘어난 67조5천1백6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경기를 반영하는 법인세는 물론 생산부진과 소비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세수부족이 걱정거리다. 재정적자를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국세청으로선 징세활동 강화외엔 방법이 없다. 최근 과소비조장업소, 부동산임대업소, 의사·변호사 등 자유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공언하는 것도 「성실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중 하나다. 지난달 25일 마감된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때 일선 세무서에서 벌어진 공공연한 「납세지도」는 상당한 저항을 불러왔다. 사업자들의 신고내용을 인정치 않고 세무서가 산정한 일정 기준을 써내도록 강력한 납세지도를 펼치면서 마찰이 적지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는 3월 법인세 신고납부때는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손동영·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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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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