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 집을 내놓은 ‘입주자 매물’에 대한 대출지원책이 마련되면서 이들 물량의 거래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싼값에 기존 주택을 내놓는 경우도 있어 매수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신규 아파트로의 이주 수요가 보통 주변지역에서 70% 이상 발생하는 것을 감안할 때 대규모 입주 물량이 발생하는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입주예정자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올해 서울ㆍ경기ㆍ인천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14만여 가구”라며 “중소형 전세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라면 이번 기회에 입주예정자가 내놓은 급매물을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북지역 입주예정자의 기존 주택 노려라=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의기존 주택을 매수할 때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에 구애 받지 않아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매수자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국민주택기금에서 5.2%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올해 서울에서 신규 물량 입주가 집중돼 있는 강북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장 이달부터 강북구 미아동에서 래미안 미아뉴타운 1차와 2차 물량이 입주를 시작한다. 두 단지 합쳐 입주물량이 2,500여 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6월부터는 인근 성북구에서 래미안 길음뉴타운 8ㆍ9 단지, 종암동 래미안 3차, 하월곡동 월곡푸르지오가 차례로 입주일을 맞는다. 하반기 입주물량도 4,000가구를 넘기 때문에 벌써부터 인근 지역인 도봉ㆍ강북ㆍ성북 일대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미아동의 대표적인 아파트단지인 SK북한산시티의 경우 현재 전용 85㎡가 3억7,000만~4억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1992년 준공된 성북구 길음동의 삼부 아파트도 전용 84㎡가 3억7000만~3억 8000만원선이다. 미아동 K공인 사장은 “은행에서는 국민은행 시세의 절반까지 대출이 되기 때문에 매도자가 급매로 집을 내놓을 경우 대출을 최대 70%까지도 받을 수 있다”며 “강북 중소형 주택의 경우 환금성이 좋고 수요가 많기 때문에 거래는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 일산, 용인에서도 이주수요 대거 발생 =경기권에서 가장 눈 여겨 볼 곳은 일산 지역이다. 오는 9월부터 일산신도시 주변 고양 덕이지구와 식사지구에서 약 1만 가구의 입주가 본격화된다. 식사지구에서는 위시티블루밍과 위시티자이, 덕이동에서는 신동아파밀리에, 현대아이파크 등 대규도 단지가 차례로 입주일을 맞는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들 아파트로의 이주 수요 대부분이 일산 신도시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산 지역의 기존 주택 가격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약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준공된 지 15년 정도가 된 일산 후곡마을의 태영 13차의 경우 전용 84㎡가 3억원 대 초반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연소득이 4,000만원 이상 매수 희망자라면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받지는 못하지만 LTV(60%) 한도에서 DTI 초과분 만큼에 대해 주택금융공사가 제공하는 주택보증을 받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산동 W공인 사장은 “1주택자에게까지도 이번 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전세를 끼고 투자 목적으로 입주자 급매물을 구입하는 것도 재태크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기권에서는 일산 이외에도 광명시, 용인시, 파주시 등에 입주 물량이 많다. 광명시에는 철산동 푸르지오 하늘채(1,264가구)와 e편한세상 센트레빌(2,815가구)의 입주가 한창이다. 용인에서도 이달 동천동 래미안이스트팰리스(2,337가구) 성복힐스테이트2ㆍ3차(1,512가구) 성복자이1차(719가구) 신봉센트레빌(298가구) 등 4,866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다만 용인 지역의 경우 구도심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의 이주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은 편이다. ◇급매물로 접근하고 실거주 목적 세워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민주택기금대출 혜택을 받는 아파트가 전용 85㎡, 6억원 이하 주택들인 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래 가더라도 가격 하락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중소형의 경우 수요층이 워낙 두텁고 환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 상승 여지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불안한 만큼 철저히 급매물 위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입주예정일이 상당히 경과하도록 집을 팔지 못하는 급매물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하반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고 시장 경기도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를 정해 놓고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대출혜택 받으려면…
매도자 매물 입증 가능한 분양계약서 등 제출해야
85㎡·6억이하 주택대상 올해 말까지 한정 지원 정부는 지난 4ㆍ23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중소형(6억원 이하, 전용 85㎡이하) 주택에 대해 국민주택기금 대출지원 등으로 DTI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입주 예정자가 내놓는 입주자 매물로만 한정되며, 기간도 올해 말까지다. 입주자 매물임을 입증해 DTI한도 초과 분까지 대출하기 위해서는 은행 영업점에 매도자의 입주안내문 사본과 분양계약서 또는 분양업체가 발급한 입주예정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은행은 신규 분양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의 주민등록등본도 제출 받아 분양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경우 기존 매물 매수자에게 DTI 초과 대출을 해준다.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월급여 명세표, 고용(연봉)계약서 등을 통해 소득 확인 절차를 거친다. 연소득 4,000만원 이상이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DTI초과 대출 부분에 대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보증대상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로 연간 소득은 1,000만원 이상이면 된다.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대출 한도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한도는 모두 2억원이다. 1주택자의 경우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받아 2년내 종전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연5.2% 이자에 연 1%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