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전세로 돌릴까 … 상가로 갈아탈까" 대체투자 손익계산 분주

월세 올려 손실 때우거나 "이참에 처분" 움직임까지

"시장에 찬물 끼얹었다" 매매시장에도 불똥 우려

서울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급전세 매물 시세표가 나붙어 있다. 정부가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소득노출과 세금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월세를 다시 전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주택 자체를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며칠 새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뚝 끊기고 다들 세금과 관련된 상담만 받으러 옵니다. 어제도 주택 3채를 보유하신 분이 와서는 한 채를 명의변경해서 주택 수를 줄일 수 없겠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부인 명의로 변경해봐야 주택 수에 합산돼서 방법이 없다고 했더니 아예 집을 팔아버리는 것을 고려하더군요." (반포동 M공인 관계자)

정부가 월세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강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갈림길에 선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당장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세금 관련 문의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보유주택 처분을 고심하는 고객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 월세로 내놓았던 매물을 전세로 전환한 후 보증금을 상가 등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을 따져보는 등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놀림도 분주해지고 있다.


◇집주인들 "월세를 전세로 바꿀까"=28일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들이 월세로 내놓았던 매물을 다시 전세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맡겨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 소득이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 전세를 월세로 바꿨지만 '임대소득 종합과세'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잠실·반포 등 고액 월세 매물이 집중돼 있는 강남권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은 대부분 고액 연봉자인 탓에 종합과세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반포동 H공인의 한 관계자는 "부자들일수록 종합과세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멍하니 앉아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려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차라리 은행 이자소득을 받고 말든가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월세를 전세로 돌려 보증금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면 어떻겠냐는 문의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월세소득=비과세'라는 장점이 사라지자 이 기회에 상가임대 등 대체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게 나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고액 자산가가 보유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합쳐 상가투자에 나서면 수익률이 얼마나 나올지 계산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주택이든 상가든 세금 면에서 별반 달라질 게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문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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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집 팔거나 월세 올리려는 움직임도 가시화=일부 다주택자들의 경우 보유주택을 팔아 주택 수를 줄이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소폭이나마 회복된데다 지난해 구입한 85㎡ 이하 아파트의 경우 양도세 면제 혜택까지 볼 수 있어서다. 세금폭탄을 맞느니 주택을 팔아 현금을 회수하고 향후 정부 정책을 지켜보면서 대체투자처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 소재 아파트처럼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아파트가 아니라면 처분하려는 집주인도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용인·일산 등 서울 외곽지역에 소재한 아파트를 매매하는 다주택자들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잠원동 양지공인 대표는 "정부 발표가 있자마자 서울 강남에 2채, 용인에 1채를 갖고 있는 고객이 용인에 있는 집부터 팔아야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강남에 있는 주택은 찾는 이가 많아 환금성이 뛰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주택은 빨리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성급히 보유주택을 팔기보다는 월세를 인상해 세금추징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하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버리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대신에 월세 인상으로 수익률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또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에 따른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근로소득 없이 임대소득으로만 생활하는 고령자들에게는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일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찬물 제대로 끼얹었다" 불만=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엉뚱하게 다주택자 과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대한 월세 시장 활성화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민간임대 리츠를 활성화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민간임대 시장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이번 대책발표에서 당장 민간임대주택 물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하나도 없었는데 주택을 팔아버리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면 민간임대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안정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매입을 고려하던 다주택자들의 반응이 차갑게 식어버렸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연초부터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서 시장 전망이 밝아지자 주택구입에 관심을 보이려던 매수 대기자들이 예상치 못한 악재에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다주택 소유주들이 주택매매 시장을 기피할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라며 "당분간 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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