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美의회, 초당적인 협력을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공화당을 ‘흙더미’ 속에 파묻어버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 공식 개회한 미 110대 의회에서 민주당은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최저임금 인상, 줄기세포 연구 지원 등과 관련한 법안을 회기 100시간 안에 입법화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또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에는 아랑곳 않고 의료비 부담 완화,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 등과 같은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은 모두 칭찬할 만한 목표다. 낸시 펠로시 신임 하원의장이 이라크 전쟁 비용과 관련해 ‘백지수표’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점도 칭송할 만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간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내세웠던 ‘초당적 협력’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민주당은 하원 내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 자신의 뜻대로 법률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상원으로 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 수 차이가 아주 근소하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분란을 피하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당파 싸움을 벗어나 공화당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미 의회에서 지난 수년 동안 초당적 협력은 없었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 맛없는 요리와 같은 것이었다. 공화당은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점했던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해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초당적인 협력을 이상에 불과한 정치적 구호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이는 공화당만의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94년에 끝난 민주당의 오랜 하원 장악 기간에도 당을 초월한 결정은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필요에 의한 것이겠지만,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가 양당을 포괄하는 의사 결정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원에서도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회기 첫 100시간 의제’를 통과시키고 난 뒤 공화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간선거 기간에 민주당 후보들은 미국의 평범한 유권자들이 얼마나 민주ㆍ공화 양당간 협력을 바라는지 알아채고 이를 선거에서 활용했다. 따라서 그런 현명함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국민들의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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