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7일] 마키아밸리식 독서

지난 1901년 앤드루 카네기는 자기 회사를 4억8,000만달러에 모건에 매각했다. 그리고 각종 사회사업에 나서 미국의 필리핀 지배 반대운동, 1차 세계대전 방지를 위한 평화활동을 전개했다. 지금 그의 이런 활동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가 미국 전역에 공공도서관을 지어준 선행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세계평화라는 거대한 담론에 비해 사소한 도서관 기증이 더 오래 기억될 정도로 인류에게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세계적인 투자자 중에는 유난히 독서광이 많다. 게다가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초과수익률이라는 성배를 찾기 위해 끊임없는 독서로 다양한 지식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뒤 자기만의 세계관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의 책상 위에는 주가단말기 대신 각종 도서들이 놓여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체험에만 의존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독선을 제어하기 위해 독서를 통해 다양한 대리체험을 하고 있다. 알고 싶은 것을 원하는 속도로 배울 수 있고 아는 내용을 처음 듣는 것인 양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독서의 매력이다. 책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가장 인상적 사람은 마키아벨리다. 메디치 가문이 쫓겨나고 피렌체에 공화정이 도입될 때 29세의 마키아벨리는 관직에 진출한다. 그러나 15년 후 메디치 가문이 복귀하자 그는 관직에서 쫓겨난다. 생계를 위해 낮에는 산에서 벌채작업을 감독하고 저녁에는 울분을 달래기 위해 선술집에서 흥청망청 놀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4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독서를 했다. 흙 묻은 평복을 관복으로 갈아입고 책을 읽었다. 서재라는 공간은 책의 저자들이 살고 있는 왕궁만큼이나 소중한 곳이라 여겨 예의를 갖춘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책을 통해 성인들에게 말을 건네고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군주론은 이렇게 탄생했다. 인터넷과 e북의 도입으로 우리는 지금 16세기 초 마키아벨리가 꿈궜던 독서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마키아벨리처럼 우리 역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의 저서를 통해 면담할 수 있다. 인터넷 덕분에 국내외 누구든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e북을 이용하면 그들을 초대하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구글, TED, FORA.TV 같은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된다. 그러면 원하는 장소에 최고의 석학이 찾아와 자기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 디지털시대, 마키아벨리가 꿈꾸던 독서가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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