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 "남성에 가려진 여성의 역사 밝히려 힘써"
'미실' 작가 김별아 동성애 스캔들 다룬' 채홍' 출간
김지아기자 tellme@sed.co.kr
자료사진=작가 김별아
"역사 자체가 남성 중심, 강자 중심, 승자 위주로 기록되기 때문에 거기에 가려진 여성ㆍ약자ㆍ패자의 역사를 발굴하고 싶었습니다."
역사소설 '미실'의 작가 김별아(42)가 이번에는 세종의 둘째 며느리 순빈 봉씨를 '봉빈'이라는 이름을 붙여 현재로 불러냈다. 순빈 봉씨는 조선왕조실록에 유일하게 기록된 동성애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문종의 무관심을 견디지 못하고 궁녀와 동침했다가 폐빈된 인물이다.
'미실'에 이어 역사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여인을 되살린 역사소설 '채홍(해냄 펴냄)'을 낸 김별아는 5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동성애라는 소재 때문에 선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시는 정약결혼 외의 모든 것이 간통이었다"며 "사랑 자체가 죄가 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굴레와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지난 9월부터 한 인터넷서점에 연재됐는데 연재 당시 동성애라는 소재 때문에 '19금'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이 동성애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실' 때는 (독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상당했어요. '이런 여자가 있을 수 있느냐' '그런 역사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았죠. 봉빈의 경우는 독자들이 공감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 같아요. 요즘 젊은층들이 동성애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책의 제목인 '채홍(彩虹)'은 무지개의 한자말로 왕이라는 '태양'의 반대편에 욕망ㆍ질투 등 인간의 감정들로 채색된 무지개가 있다는 의미, 성적(性的) 소수자를 뜻하는 국제적 상징이라는 중의(重義)를 담고 있다.
'채홍'은 '미실' '논개' '백범' '가미가제 독고다이' 등에 이은 김별아의 일곱번째 역사소설이다. "내가 (작품에서) 만나는 모든 인물들은 현재를 도망가지 않고 사랑했다"는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사랑하는 이런 인물들이 다가온다"며 '채홍' 이후에도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소설을 두 권 더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별아는 왜 역사소설을 계속 쓸까. "저는 너무 빨리 변해가는 현대를 좋아하지 않아요. 역사는 다양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고 과거ㆍ현대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창(窓)이잖아요. 작품의 교육적 효과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는 "'이산'이라는 드라마 때문에 다들 정조 이름이 이산인 줄 아실 텐데 실제 이름은 이성"이라며 "그래서 역사를 다룬 작품은 왜곡을 경계하고 사실에 근거해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