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승강기가 불안하다] 승강기 안전사고가 크게 늘고있다

『승강기 타기가 불안하다』국내에 설치된 승강기는 모두 16만여대. 이용이 일상화된 도시지역은 물론 농촌지역에도 승강기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승강기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승강기의 설치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설치된 승강기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93년이후 승강기사고로 142명이 피해를 입었고 이중 58명이 사망했다. 승강기 사고는 지난 95년 21건에서 96년 5건으로 줄었다가 97년 17건으로 늘어나더니 98년에는 28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인명피해만도 34명으로 이중 14명이 사망했다.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용자에게 불안감을 준 사소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승강기사고 신고를 받고 119대원이 출동한 횟수가 1,000여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아파트에서는 아침 출근과 함께, 회사에 도착해서는 동료들을 가장 먼저 마주보고 인사하는 곳이 승강기다. 덜컹거리는 승강기는 이용자들에게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주고 때에 따라선 흉기로 돌변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승강기 사고의 원인을 심층 취재했다. ◇보수업체 난립=전문가들은 승강기사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부실한 보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부실보수는 보수업체들의 난립때문이다. 승강기는 매월 1회이상 자체점검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승강기를 관리하는 쪽에서 업체를 지정, 일정액의 금액을 지불하고 보수 관리를 위탁한다. 보수업체는 현재 전국에 500여사가 넘게 등록돼 있다. 16만대를 500개사가 관리하는 셈이다. 그러나 속내용을 보면 왜 난립이라고 표현하는지 명백해진다. LG산전, 동양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등 대형3사가 60%이상의 보수를 맡고 있다. 나머지 업체가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6만4,000여대를 놓고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물량수주를 위해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이전 10만원대였던 승강기의 월평균 보수료가 최근에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승강기를 이용하는 측에서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맡기는게 관례여서 이로 인한 부실화는 당연한 귀결이다. 보수료가 갈수록 덤핑화되고 있는 이유는 승강기의 물량은 일정한데 비해 보수업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승강기 보수업체는 지난 93년 218개에서 꾸준히 증가, 97년에는 381개로 늘어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이후 1년동안 110개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늘어난 것은 IMF한파 때문이다. 건설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승강기 제조판매가 어려워지자 고정수입이 보장되는 보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보수업체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만 갖추고 등록만 하면 돼기 때문에 앞으로도 업체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승강기보수시장이 갈수록 어지러워지고 있다. 승강기의 관리주체와 보수업체 사이에는 각종 부정행위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보수의 질에는 관심없이 보수료를 낮춰 수주만 하고 보자는 심리가 일반화돼 있다. 영세한 업체가 적정 기준보다 훨씬 떨어진 금액으로 보수를 맡아 낮은 기술력과 저임금을 받는 인력으로 형식적인 보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두달 소홀히 관리한다고 해서 당장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부실한 관리는 대형사고의 싹을 키우기 마련이다. ◇부품 유통=국내에 설치된 승강기 중 60%이상이 LG, 동양, 현대 등 대형3사가 제조한 것이다. 승강기의 보수를 맡고 있는 업체는 필연적으로 제조사의 긴밀한 협력을 받아야 한다. 부품이 노후돼 교체가 필요하면 제조회사를 통해 구입해야 하기때문이다. 제조회사를 통해 부품을 구입해야 하는 것은 제조사마다 부품규격이 달라 다른업체와 호환성이 없어서다. 각 승강기업체가 독자적인 규격을 고집하다보니 일어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악용한 대기업들의 횡포에 있다. 이들 기업도 보수업무를 겸임하고 있어 수주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그러나 다른 보수업체가 자사가 설치한 승강기의 보수를 맡게 되면 부품공급을 지연시키는 횡포를 저지르는 일이 다반사다. 대부분 1년단위인 보수업체 선정계약에서 자기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와 계약하는 것은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는 일종의 압력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수업무를 전담하는 소규모업체일수록 이런 횡포를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제도상 문제=국내 승강기 보수관리 계약은 부품교체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부담하는 「단순보수계약」방식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방식은 부품교체가 필요한 때 비용문제로 교체를 늦추거나 당장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낡은 부품의 교체를 미루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승강기의 수명을 단축시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연결된다. 선진국에서는 승강기 보수업체가 예방정비·수리뿐 아니라 부품의 교체까지도 책임지는 「책임보수계약」을 맺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고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소재도 분명하게 따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이 승강기 안전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이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체의 난립으로 3만원선으로까지 떨어진 보수 수수료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관리비용을 담당하는 측의 반발이다. 이 문제의 해결주체는 공신력을 가진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양측의 의견을 반영, 세밀한 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행정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도 큰 문제다. 현재 보수업체에 대한 관리는 시·도가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담당하는 공무원은 대부분 단1명으로 그것도 다른 업무와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나마 비전문가가 대부분이라 관리감독 능력도 의문시된다고 한다. 자체검사실적이 우수한 곳에 혜택을 주는 정기검사 유효기간 연장제도를 악용하는 곳도 많다. 이 규정에 따라 최근 3년동안 실적이 우수하고 안전관리상태가 양호한 승강기에 대해 매년 실시하도록 돼 있는 법정 정기검사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 제도는 평소 자체검사와 유지관리를 철저히 해 안전이 보장되는 곳에 대해 경비를 줄여주고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법정정기검사를 면제받게 되면 그에 따르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서류조작 등을 통해 이 규정을 악용하는 것은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법정정기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의 관계자는 『보수업체의 난립과 덤핑경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년에 한번 실시하는 정기검사만으로도 사고를 완전히 방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악용해 법정정기검사를 면제받는다면 사고의 위험은 훨씬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사결과 전국의 승강기 16만대 중 12.9%인 2만2,300여대가 정기검사유효기간 연장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이 제도가 시행된 93년에는 0.3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이용자 의식도 바뀌어야=승강기관련 종사자들은 승강기 이용자들이 『세금을 지불하고 있으니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파트나 빌딩에 설치된 승강기는 그 주인의 소유이고 주인이 관리해야 한다. 아파트관리비에 승강기 보수부문이 포함된것은 그러한 이유때문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어떤 업체에 어떤 조건으로 승강기 보수관리가 맡겨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정 정기검사기관 중 가장 많은 승강기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마정진 원장은 『승강기 사고는 보수관리가 한두달 소홀하게 진행된다고 해서 곧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사고가 곧 사람의 인명과 직결되는 승강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포기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맹호 기자 MH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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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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