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청소년 수사과정에서 사법당국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또 다른 폭력 가능성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성 피해 청소년의 법적고통 사례발표 및 대안 모색 심포지엄`에서 장현우 변호사는 “성폭행 피해 청소년이 고압적인 수사관의 언행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바람에 제대로 조사를 받지 못해 피의자가 무혐의 처리됐다”며 성폭행 피해자의 특수한 심리 상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A양(당시 18세)은 2001년 12월 현역 군인이던 가해자 B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군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던 중, 수사관들로부터 “처녀막이 있느냐”, “성폭행 당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는 등 감당하기 힘든 질문들을 받고 그 자리에서 실신해 단기 기억상실증세까지 나타냈다. 이후 검찰이 수사를 했으나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는 A양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B군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나자렛쉼터` 소속 한상인 변호사는 “경찰이 윤락업소에서 탈출한 청소년들을 조사하며 수 차례 업주와 대질 시키는 등 피해자 보호를 게을리해, 피해자들이 다시 업주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편의주의적 수사관행을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6월 전남의 한 윤락업소에서 도망친 C(당시 19세)양 등 5명이 수사기관의 미진한 수사로 풀려난 업주로부터 협박 당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업주 앞에서 겁에 질려있는 나이 어린 피해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진술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