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오랜만에 만나 친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대화이지만 이번 설에는 가급적 이런 표현들은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겁기도 하지만 과도한 가사 노동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명절증후군을 겪게 된다. 특히 이번 설은 카드사 개인정보유출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주가 급락 등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돼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선용 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주전자에 물을 끓일 때 차가운 물보다 따뜻한 물이 더욱 빨리 끓는 것처럼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미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명절증후군이 겹치게 되면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창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날 과음으로 가족 간의 예의를 잃는 것에 주의해야 하며 가족이나 친척인 경우에도 서로 간의 대화에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혼이나 취업·학업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이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나 주제는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학입시를 치른 친척에게 "너 대학교 어디 붙었니"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입에 성공했으면 본인이 알아서 자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먼저 말하는 자랑에는 맞장구를 쳐주되 굳이 언급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묻어두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아직도 취직 못했어" "결혼 아직도 안 했나" 등의 부정적 어감의 질문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시나 취업·결혼 등 중요한 이슈가 있는 친척이 있다면 직접 묻기보다는 다른 가족들을 통해 미리 정보를 알아두었다가 축하나 위로를 해주는 것이 좋다"며 "모임 안에서 소외된 며느리나 다른 가족이 없는지 챙기고 '수고한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서로 궂은 일을 나눠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