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천만의 말씀.
낮이든 밤이든 국정원이 다 듣고 있다.
사무실ㆍ호텔ㆍ식당 심지어 개인적으로 은밀한 공간에서조차 국정원의 도ㆍ감청 손길이 미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참여정부가 ‘현 정부에서 만큼은 불법 도ㆍ감청은 없다’고 한 것처럼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도 ‘현 정부에서 몰래 엿듣는 것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물론 참여정부도 지켜볼 일이다. 진짜 불법 도ㆍ감청을 중단했는지.
X파일 사건의 불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책임지고 벌받을 사람들도 줄줄이 나올 것 같다.
국정원의 전 최고 책임자는 물론 김영삼ㆍ김대중 전직 대통령도 불법 도ㆍ감청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몰래 엿듣고 이를 정치에 활용하고 싶은 유혹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다 똑같은 모양이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도 불법 도청사건이 들통나 현직 대통령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은 1974년 8월8일 전 미국에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하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했던 1972년 6월 닉슨 측의 비밀공작원들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게 닉슨 사임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이 사건으로 닉슨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하원 사법위원회는 탄핵소추를 결의함에 따라 닉슨은 퇴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닉슨은 이튿날인 9일 국무장관 키신저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부통령 포드가 제3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