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밀려 브랜드숍 매출 2위로 뒷걸음질치더니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 2위를 내주며 자존심을 다시 구겼다. 더페이스샵과 줄곧 1, 2위를 다투던 업계 선두 주자가 3위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0년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미샤의 추락이 예견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샤의 과도한 세일로 촉발된 브랜드숍간의 출혈 경쟁이 미샤의 발목을 잡은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히트 상품 부재의 여파가 올 1·4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영업손실이 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66억원으로 0.4% 감소했고, 당기 순손실은 27억원으로 적자 전환해 지난해 4위 이니스프리의 매출(1,060억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적자전환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인 셈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숍 간의 경쟁 심화, 매장 확대에 따른 임차료 및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 광고·판촉 등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파악된다"며 "지난 1분기보다 100개 매장을 추가로 열면서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샤의 추락은 △과도한 세일로 인한 출혈 경쟁 △히트 상품 부재 등 제품 경쟁력 악화 △세컨드 브랜드 '어퓨'의 부진 등 크게 3가지 원인으로 압축된다. 미샤는 연간 '빅세일'이 7월, 12월 거의 한 달 내내 이뤄지는 데다 매달 '미샤 데이'를 진행해 실질적으로 매달 세일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더페이스샵이 LG생활건강의 자본력을 앞세워 세일 맞불로 나서자 미샤의 구매 가치가 하락하며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더페이스샵을 시작으로 다른 브랜드들이 세일 경쟁에 동참하면서 평소 분쟁도 많고 브랜드 호불호가 심했던 미샤의 세일 메리트가 약화됐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2년 수입브랜드 미투제품인 '나이트 리페어 앰플'과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과 같은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해 최근 제품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저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고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10~20대용 저가 세컨드 브랜드 어퓨를 밀었지만 미샤와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에이블씨엔씨의 전력이 분산된 것도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에는 명동의 중심 상가인 유네스코 회관에 미샤와 나란히 있던 어퓨 매장이 철수하고 그 자리를 LG생활건강의 '비욘드'가 차지하는 수모도 겪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샤의 추락이 예견돼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이러다 에뛰드에게도 역전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니스프리가 2위 굳히기에 들어가며 원브랜드숍은 더페이스샵과 함께 대기업 양강 체제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브랜드숍 매출 순위에서 에뛰드에 이어 4위에 머물렀지만 이번에 처음 한지붕 아래 경쟁자 에뛰드를 제치고 이제는 1위 더페이스샵까지 위협하는 추세다. 이니스프리 측은 "그린티라인 등 히트상품과 신제품이 계속 호조를 보이는 한편 해외 사업 강화와 점당 효율성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