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분배 보다는 성장에 초점 “전략수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한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는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는 분배를 통해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중산층을 육성해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정책공약의 바탕은 성장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7%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성장에 무게를 둔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 아젠다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대책위주로 짜여져 다음 세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 인수위가 성장의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운 아젠다는 동북아 경제의 역동성에서 기회를 찾아보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우리나라가 일본 경제의 규모와 기술에 밀리고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쫓기는 딱한 처지에 몰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이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고 발전 비전과 추진전략을 짤 계획이다. 시베리아의 가스전개발과 중국 경제와의 교류를 위해 동북아에너지 협력기구를 만들고 동북아철도공사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허브로 대륙과 대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를 만드는 포부도 갖고 있다. 앞으로 비즈니스의 기회는 제조업보다는 물류, 건설, 법률, 컨설팅, 의료, 교육등 서비스분야에서 더 많이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 인수위는 경제성장의 주체들인 기업들이 맘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투자, 영업활동을 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각종 준조세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의 정부가 짜놓은 5+3원칙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 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 세계 1등 기술을 100개 육성해 성장의 엔진으로 키운다는 전략도 만들었다. 이런 목표는 선진경제 시스템 구축이라는 아젠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어떤 형태로든 재벌 길들이기 정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대기업 구조본부해체를 둘러싼 해프닝도 이 가능성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 균형 발전 = 산업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인수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대학의 집중 육성을 카드로 들고 나왔다. 행정수도이전은 노무현 당선자의 큰 관심사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연초 기자회견에서 “지방에도 서울대학교에 버금가는 초일류대학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나 지방대학 육성은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여서 차기 정권내에서는 디딤돌을 얼마나 잘 놓는 가가 성패의 관건이다. ◇복지 정책 = 빈부 격차 해소와 삶의 질 개선을 축으로 한 복지 정책은 노 당선자의 정책 공약중 가장 취약한 분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덜 가진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약들은 인기 영합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한다거나 소득공제폭을 확대하고 주택 250만호를 짓겠다는 약속이 여기에 속한다. 또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대장암등 주요 5대암을 국가가 완전하게 관리하겠다거나 경로연금을 인상해 전 노인에게 주고, 수명도 평균 70.2세로 높이겠다는 세부과제도 실현성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공적자금 상환이나 연금 고갈로 재정이 들어갈 구멍들이 가득 한 데 어디서 돈을 끌어 이 약속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실행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복지전문가들은 “인수위내에 연금이나 복지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음을 감안하면 이 틀을 바꾸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연구기관 관계자는 “퍼주기식으로 짜여진 복지정책이 그대로 간다면 이번 선거에서 노 당선자를 밀어준 젊은 층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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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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