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7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일파만파로 번진 `SK사태`가 한 달째에 접어 들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구속과 함께 계열사 전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고 SK 역시 글로벌 분식회계로 계열사 주가가 크게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역시 북핵문제와 맞물려 위기감이 증폭됐다.`SK쇼크`로 지난 1주일간 채권ㆍ환율ㆍ주식 시장 등은 크게 요동쳤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올 것이 왔을 뿐”이라며 “이번 `SK쇼크`를 계기로 SK 등 대기업과 한국경제가 환골탈태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SK그룹은 글로벌 살리기에 나서는 한편 체질 개선을 통한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회계제도 개선과 분식회계 등 기업의 탈ㆍ불법에 대한 감독 강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 등 대기업 변신 본격화= 4월 8일로 창사 50주년을 맞는 SK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 `고객으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다. SK는 이를 위해 `오너의 첨병`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구조조정본부 조직을 대폭 축소, 개편할 계획이다. SK관계자는 “(구조본)기능 축소가 불가피해 본부장 직도 공석으로 두고 있다”면서 “구조본은 계열사간 중복투자를 조정하는 등의 업무만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지배구조와 관련, 지주회사체제도 적극 검토중이다.
글로벌 분식회계의 파장은 또 SK가 각 사별로 자연스럽게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SK글로벌의 한 임원은 “그룹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글로벌이 이 지경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계열사 때문에 우리 회사가 피해를 보는 어리석은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지난 1일 지주회사인 ㈜LG를 출범, 지배구조 선진화에 돌입했다. 홍콩의 한 경제전문지는 “ LG의 지주회사출범을 자발적인 구조조정의 빛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 역시 다가올 집단소송제 도입 등에 발맞춰 이사회를 더욱 활성화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쓴 약이 보약= 정부는 이번 SK사태를 거울삼아 기업의 회계시스템을 점검하고, 기업의 탈ㆍ불법에 대한 감시, 감독도 체계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
▲상장ㆍ등록 기업의 분식회계 적발 때 처벌 강화
▲공개예정 기업에 대한 감리 강화
▲기업공개에 관한 실사 및 감독 강화 등을 이달 안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SK사태를 겪으며 정부와 기업, 은행, 회계법인, 투자자 등 시장 주체들이 각 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소중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출자총액제한 등으로 소극적으로 개선하기 보다는 `지주회사제` 등 선진적 지배구조를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과 지원도 준비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주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요건)기준 미달 부분은 유예기간을 두고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한 관계자는“1년보다 길게 느껴졌던 한 달이 전반적인 경제시스템의 선진화를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