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구제금융시대­IMF 재벌해체요구 재계 반응

◎지금은 「해체」보다 「생존」이 더 중요/경영투명성 등 개혁필요성은 공감/차입경영­부채비율 무리한 축소 경쟁력 장애요인/재무제표­기존 공시제 활용으로 투명성 확보 가능/지급보증­금융 선진화통해 채무보증 점진적 해소/독단경영­이사회·감사기능 등 보완 오너독단 견제여기에 수입선다변화의 폐지, 은행 등의 외국인 소유한도 상향조정 등도 재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정부일각에서는 캉드시 총재의 이같은 요구는 사실상 『재벌을 해체하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는 캉드시 총재의 재벌해체요구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조선·자동차 등에서 한국기업들의 공세적이고 역동적인 경영에 위협을 느낀 미·일·유럽기업들이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한국 주력산업의 싹을 자르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의 행태에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이번 협상과정을 통해 현 경제난국의 책임이 재벌들의 과도한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에 있다는 식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우」(재경원)가 「호랑이」(IMF)의 위세를 빌려 재벌손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대기업들의 잘못된 경영행태에서 비롯된 점도 있어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재경원의 잦은 정책실기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실물경제 상황에 문외한인 관료들의 독선을 들고 있다. 김태일 전경련이사는 『재벌해체설은 국제통화가치의 안정과 시장경제, 개방 등을 중시하는 IMF설립의 근본취지에도 위배된다』며 『지금은 부도가 매일 속출하는 초비상상황에서 부도파장 최소화와 금융시스템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회계제도 및 과도한 차입경영, 소수주주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현재는 다 쓰러져가는 기업들을 살리는 단기안정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재벌에 대해 각종 규제를 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별적 규제 ▲30대그룹에 대한 동일계열 기업군 여신한도제 ▲대규모 기업집단제도 등이 전면 철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캉드시 총재의 요구는 재벌해체보다 ▲대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 ▲과도한 차입경영 규제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캉드시 총재의 발언은 대기업위주의 경제운영에 대한 개선을 요청한 것이지 맥아더식 재벌해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상황에서는 자금난으로 죽어가는 기업들을 일단 살리고,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초단기대책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재벌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는 암3기에 걸린 환자에게 보약을 먹으라고 다그치는 것과 같다』며 『중환자를 일단 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재계는 IMF의 재벌경영 행태 개선요구사항중에 장기적으론 보약이 될 만한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또 글로벌시대에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양질의 해외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업회계기준과 주주권보호 등 경영의 투명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기업회계에 대한 불신감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매일 사망하는 전시상황에서는 기업들의 생존을 유지하는 정책이 긴요하며, 재벌정책은 전쟁종료(경영환경호전)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경련은 3일 IMF와 정부의 재벌해체론과 관련, 부문별로 반박논리를 마련해 발표했다. ▲차입경영규제론=인위적인 부채비율 축소는 기업의 최적재무구조 달성과 기업경쟁력강화에 장애요인이 된다. 차입금에 대한 손비처리를 부인하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세부담을 증가시켜 금융비용을 가중시키고 내부유보에 의한 재무구조 개선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과다차입법인 손비불인정=한보부도사태 후 금융기관의 조기대출금 회수로 차입금 과다법인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금융여건에 비추어 볼때 차입구조 개선을 위한 별도의 규제신설은 불필요하다.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충분한 유예기간(5년)을 주고, 규제기준도 업종별·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신축성있게 해야 한다. 건설업외에 대규모 장치산업과 항공운송업의 기준 차입금 배수를 상향조정해야 한다.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하는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를 손비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경상이익의 56%를 세금으로 추가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차입경영구조의 시정보다는 직접금융이용이 어려운 한계기업의 재무구조만 악화시키게 된다. 일본도 경제성장률이 7%대를 보이는 시기에는 제조업의 자기자본비율(73년)이 17%(한국 96년 7.1% 성장시 24.0%),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만달러에 달했을 때 자기자본비율은 24.4%에 불과했다. ▲결합재무제표=기존 공시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기존규정을 보완하면 결합재무제표가 목표로 하는 그룹기업에 대한 일반투자자와 채권자보호 등이 가능하다. 채무보증 관련자료는 공정거래법상 규정에 따라 매년 작성, 제출되고 있다. 이를 강행할 경우 기업에 비용, 인력 및 시간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결합재무제표작성은 국제회계조류나 관행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 기업회계제도의 정착과 국제화접근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출자총액제한(순자산의 25% 이내)=신규업종에의 진출이 억제돼 경영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신규투자가 어려워 구조조정이 지연된다. 객관적 기준없이 출자한도를 줄여 30대그룹의 한도초과 출자액이 2조3천8백80억원에 달하며, 98년 3월말까지 초과분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채무 상호보증한도 축소=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신용력이 약한 부실그룹과 기업차입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신규차입을 억제하여 기업의 경영난을 심화시킨다. 채무보증은 금융자율화와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자연적으로 해소되도록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인위적인 축소는 지양해야 한다. 채무보증을 줄이면 상거래와 금융거래질서의 교란을 가져와 금융비용부담 증대, 수출 및 투자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형평성문제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신용불안이 고조되고, 금융기관의 대출심사능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채무보증이 금융기관의 심사능력을 보완해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채무보증해소 시한을 앞당기려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 ▲오너독단경영규제=소수주주들의 소송과 집단소송이 남용될 경우 장부열람급증 등으로 중요비밀정보가 유출되고, 신속한 투자결정 및 경영전략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오너의 독단경영에 대한 견제는 이사회와 감사기능의 보완으로 가능하다. 주주권도 보호돼야 하지만 경영권도 보호돼야 경영 자율권이 높아진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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