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하강국면' 부동산경기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거래감소 속에 가격이 하락하는 전형적인 침체 모습이다. 그 원인을 주택거래신고제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다. 현재 부동산경기는 장기적이고 순환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야 할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주택 공급과잉 단계 진입 거시경제는 물론 개별시장의 모든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게 돼 있다. 소위 경기변동이론이다. 이번 부동산경기 상승국면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긴 5년여의 장기 상승국면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하강할 때도 된 것이다. 특히 거시경제 호전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단순히 저금리시대의 도래에 따른 머니게임의 현상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시장의 기본여건인 수급측면에서도 공급과잉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3년 동안 착공한 물량은 보급률이 70%대에 불과했던 주택 2백만가구 공급당시보다 훨씬 많다. 착공과 완공의 시차를 고려할 때 공급과잉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아직 주택공급이 부족하지만 중기적으로는 공급과잉에 의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 아파트, 빈집 보편화 등 수급상황을 있는 그대로 가장 잘 반영해주는 임대차시장의 침체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안정우선의 부동산정책 기조를 쉽게 바뀔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은 이미 고비용 경제구조를 심화시켜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자원배분의 왜곡이 심하고 더 나아가 계층간 위화감 확대와 이를 통한 사회불안 등의 부작용이 위험수위에 이른 지경이다. 건설·부동산경기가 내수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현재 내수경기 침체가 심각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부동산정책의 우선순위는 성장보다는 안정일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더 넓다. 더구나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그 당위성 여부를 떠나 이전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부동산투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도록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시장 게임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장기적인 부동산시장 안정의 교과서적 처방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던 보유세 강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해가고 있다. 부동산 거래 종합망 구축 등 실거래가 파악 시스템의 구축으로 음성적이었던 부동산 거래를 모두 투명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 공개념 대책의 강도는 과거 토지공개념 못지않다. 우리나라 부동산문제의 근원도 결국 경제ㆍ행정 등 중추기능의 수도권 편중에 따른 인구집중에 있다고 한다면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정부 산하기관 분산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드라이브는 부동산문제 해결의 본질적인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추가 신도시 건설 및 임대주택 건설을 통한 공급확대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부동산경기 상승국면의 동인이었던 초저금리가 마무리됐고 전세계적인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전후 최저 금리의 지속은 전세계 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경기침체 시 사용할 경기부양 수단 비축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처럼 금리가 크게 올라가거나 우리의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미국을 좇아 금리를 인상할 상황은 아니지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금리인상을 예상한 거래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기조로 전환될 경우 금리인상을 앞당겼던 호주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듯이 주택가격 하락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침체 상당기간 지속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최근 부동산경기의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지난 80년대 말 과열 이후 90년대 상반기 내내 하향조정됐던 것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과 소득수준의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소득의 증가속도에 비해 너무 가파르게 오른 점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의 절대수준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 장기적으로 부동산가격이 소득수준과 일정한 비례관계로 하향 조정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