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

<파이낸셜타임스 1월20일자>

콘돌리자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의회의 인준을 얻어 부시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취임한다.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외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 세계의 세력균형을 가져오기 위해 미국은 외교에 의존해야 한다”며 “이제는 외교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기조 변화는 동맹국들로부터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대다수 동맹국들로서는 이라크 침공 및 점령, 이에 따른 저항세력의 테러 등에서 나타난 미국의 호언장담과 실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 어려웠다. 미국의 동맹국들뿐 아니라 적들조차 앞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지를 주시할 것이다. 만약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라이스의 발언은 그저 상투적인 말로 치부되고 말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 취임식을 갖고 제2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라크의 미래가 아니라 핵무기 확산 위험, 이슬람 테러위협에 대한 대응방법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럽을 비롯한 상당수 동맹국들은 미국이 무력을 통해 중동질서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동조세력 휘하에 더 많은 테러리스트들이 몰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라이스는 독백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질서 및 이를 보강하기 위해 마련된 틀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시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았다. 또 일방주의를 포기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아니다. 이라크에 대한 현실인식은 라이스나 부시나 별 차이가 없다. 더욱이 중앙아시아 및 중동 지역의 독재정권을 지지함으로써 자유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미국정부의 다짐은 별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국민들은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연두교서를 통해 외교정책의 우선과제를 명확히 제시하기를 바란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CIA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위원회가 제시한 전략을 따르지 않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국가정보위원회는 “보다 개방적인 정치체제, 이슬람 개혁주의자들의 권한강화 등이 전제될 때라야 다수의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외교를 펼쳐야 했지만 오랫동안 이를 외면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