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공정한 게임의 룰

A씨는 X회사의 주식을 시장에서 10만원에 샀다. 그런데 B씨는 같은 주식을 시장이 아닌 은밀한 곳에서, 그들 만의 방법으로 1만원에 대량으로 매수했다.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 경우 엄청난 차익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런 위험도 없다.A씨는 이를 알고 X사에 달려갔다. 그러나 A씨한테는 1만원에 줄 수 없으니 시장에서 10만원에 사든 지 말든 지 하라는 말만 들었다. 이처럼 10만원짜리 주식을 1만원에 살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대주주의 가족이나 친지, 또는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대주주 마음대로다. 심지어 100만원짜리 주식을 5,000원에 줄 수도 있다. 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공정한 시장경쟁원리와 정면으로 위배되는 이같은 일이 코스닥시장에서는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합법이다. 사모전환사채 발행이란 이름으로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는 소액주주 및 개인투자자들의 권익을 침해한다. 기업 내재가치는 그대로인 데 발행주식수가 많으면 주당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당 10만원에 팔 수 있는 것을 1만원에 팔아 회사에도 그만큼 손해이고 재투자 여력도 줄게된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소액주주 또는 일반투자자들의 손해보상 청구 소송이 줄을 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없다. 소송에 따르는 현실적인 벽도 상존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규제완화 추세에 맞춰 업체들의 자율에 맡겨둬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주주 만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모전환사채 발행의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일반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게다가 시장가격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거래질서도 무너진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갖추는 것이 코스닥시장을 건전한 투자공간으로 육성하는 지름길이다. /문병언 증권부 기자 MOONB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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