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건강한 음식이 세포노화 지연시키죠"

한설희 건대병원장 '치매, 음식이 답이다' 출간

건강한 조리법, 치매 예방 효과… 디지털 기기 치매 발병 앞당겨

초행길 아니면 내비 끄고 운전… 뜨개질·스포츠 댄스 취미 도움


"치매가 두렵다면 지금 당장 생각을 바꾸세요. 운전 중 초행길이 아니라면 내비게이션은 끄고 매일 뜨개질·스포츠댄스 같은 취미활동을 즐기는 게 치매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입니다."

국내 치매 분야의 선도자인 한설희(60·사진) 건국대병원장(신경과 교수)은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강한 신체, 뇌 자극, 뇌를 위한 식단 등 뇌건강 3대 원칙을 권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병원장은 최근 치매예방에 좋은 뇌건강식 지침서 '치매, 음식이 답이다'를 출간했다. 치매 원인·예방법과 항산화 효과가 있는 채소·과일 등 제철 먹거리로 만들 수 있는 퓨전식 등 48개 조리법이 수록돼 있다.


그는 "재생되지 않는 신경세포가 우선 손상되지 않게 하고 그다음 세포노화를 지연시키는 건강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치매환자는 54만명, 오는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60세 때 치매에 걸릴 확률은 고작 1~2%. 하지만 이후 다섯 살씩 더 먹을수록 발병률이 두 배씩 늘어 85세 때는 47%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100세 시대에 고령층 2명 중 1명은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는 신경세포가 15~20년에 걸쳐 서서히 기능을 잃으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생활습관병"이라며 "발병 후에는 큰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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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건망증 같은 정상적 노화와 치매 초기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수를 반복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장마철에 우산을 수차례 잃어버리는 경우가 해당된다.

한 병원장은 치매예방을 위해 흡연·과식 등 나쁜 생활습관을 바꾸고 뇌를 꾸준히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인도·캐나다·유럽 등 2개 국어 이상을 쓰는 다중언어 사용자들은 한 언어 사용자에 비해 치매발생 연령이 4~5년 정도 늦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 한 병원장 스스로도 매년 유럽 지역 학술회의를 앞두고 프랑스어·이탈리아어를 다시 공부하곤 한다.

그는 "언어훈련이 어렵다면 퀼트·뜨개질 등 손과 머리를 함께 쓰는 활동도 매우 효과적"이라며 "중년 남성들도 가벼운 에어로빅이나 스포츠댄스 등 두뇌활동이 함께 필요한 취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는 과도한 휴대폰 사용, 운전 중 습관적인 내비게이션 작동, 심지어 노래방 기기까지 암기 기회를 박탈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치매발병을 앞당긴다고 단언했다.

그는 1996년 대한치매연구회를 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2002년 국내 첫 공인 학술단체인 대한치매학회를 세워 초대 회장을 지냈다. 1992년 미 듀크대 의대 연구소에서 알츠하이머병 연구교수로 뇌질환 분야에 뛰어들어 치매연구에 매진한 지 23년째다. 치매 관리 및 예방에 대한 공로로 2003년 복지부장관상, 2009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는 "치매 정복은 곧 뇌의 불로(不老)를 의미하는 만큼 치료는 아직 멀다"며 "은퇴와 함께 뇌활동도 은퇴하는 개인습관과 사회적 분위기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의 고통을 줄이려면 신체건강만큼 뇌건강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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