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테마 뉴스] 트랜스젠더 '고난의 길'

"나도 하리수처럼"… 성전환 수술비만 2000만원<br>국내 최대 1만명이상 추정… '남성→여성' 5:1 정도 많아<br>충동수술 막기 위해 정신과 치료 등 1~2년간 검토후 결정

하리수

이시연

트랜스젠더란 흔히 성전환자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해 사회적 성을 가리키는 ‘젠더(gender)’가 생물학적 성(sex)과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심리검사, 호르몬검사, 염색체검사 등 수술을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은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국내 트랜스젠더의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을 집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다 성전환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추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트랜스젠더의 숫자는 적게는 3,000~4,000명, 많게는 1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트랜스젠더는 게이, 레즈비언와 같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바이섹슈얼)와 구분돼야 하지만 아직도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또 남성이 여성의 옷을 선호하거나 여성이 남성이 옷을 선호하는 이성복장선호자(크로스드레서)와도 엄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트랜스젠더의 생활은 다양한 성소수자들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랜스젠더로 살기 위해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비용부터가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수술을 통해 남성이 여성으로 몸을 바꾸기 위해서는 2,000만원 정도, 여성이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3,0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동남아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는 이유는 비용이 싸기 때문인데 국내에서 받을 때보다 절반가량이 든다고 보면 된다. 수술비용을 부모가 대주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어렵게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성전환 수술을 받고 원하는 몸을 얻었더라도 직장, 결혼 등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만큼 술집 등 음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성전환 수술을 원한다고 무조건 받을 수 있을까. 이윤수비뇨기과의 이윤수 원장은 “트랜스젠더 수술을 원하더라도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없다”며 “정신과 진료, 호르몬 검사 등을 시행하며 1~2년 동안 충분히 지켜본 후 수술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에서 시술되는 모든 성전환 수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순간의 충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으로 트랜스젠더가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여성이 남성으로 몸을 바꾸고 싶어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비율로 따지만 5대1 정도인데 크게 2가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여성이 남자로서 성 정체성이 있을 때 굳이 몸을 바꾸지 않더라도 남성 행세를 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남성이 여자로서 성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수술이 어렵기 때문인데 남성으로 만드는 수술이 여성을 만드는 수술에 비해 비용도 훨씬 많이 들고 과정도 까다롭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성을 만드는 수술은 3~6개월 정도 걸리는 반면 남성을 만드는 수술은 2~3차례 필요해 1년 정도가 소요된다. 더구나 정밀한 시술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만족도가 떨어져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리수의 영향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양지로 나왔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은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살고 있다. 대다수의 트랜스젠더들은 성전환 수술 후 자신들의 삶이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을 잘 알면서도 수술을 결정한다. 만약 제2의 하리수가 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 전문의는 “하리수가 성공했던 것은 결국 예뻤기 때문”이라며 “수술을 받더라도 예쁘지 않으면 여성으로서 남자들에게 사랑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춘기 청소년 중에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원장은 “청소년기는 아직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인 만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물론 어렵겠지만 부모에게 털어놓고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게 성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이다”고 당부했다. /스포츠한국 박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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