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연령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과거와 달리 명품이 아닌 저렴한 화장품·패션 상품을 집중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면세점들은 명품을 선호하는 유커의 발길을 되돌리고, 동시에 유행을 중시하는 유커들의 연령과 기호 등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의 구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었다. 아직 전체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유커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커 한 명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유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8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65만원)보다 11% 적을 뿐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6%나 줄어든 것이다. 롯데면세점도 올 1분기 유커 매출은 작년보다 50% 정도 늘었지만, 객단가는 지난해 평균 90만원보다 11% 적은 80만원에 그쳤다.
결국 유커들이 그만큼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상품들을 사간다는 의미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유커 선호 품목(매출 기준)은 화장품, 패션, 시계·보석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013년, 2014년 모두 ‘패션-화장품-시계·보석’ 순으로 유커들의 구매가 많았던 것과 비교해, 올해 처음 화장품이 유커 선호 품목 1위에 오른 것이다.
유통업계는 환율 변화에 따른 명품 고객 감소, 유커의 평균 연령 하락, 개별 여행객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발길 돌린 유커를 잡기 위해 유통 업계는 다양한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후·수려한·설화수 등 국산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9층과 11층에 이중(듀얼)으로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이전 오픈한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도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화장품 전문존’을 신설했다.
본점은 지난해 8월 국내 면세점으로는 처음 ‘키즈존’도 마련했다. 중국의 ‘두 자녀 갖기’ 정책으로 유커들의 육아용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드타워점의 20~30대 젊은 남성들을 위한 남성존, 베이비존 등의 특화 매장도 다양한 계층의 유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른바 ‘부자’ 중국인을 잡기 위한 대책도 서두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중국 4대 은행(중국·공상·건설·농업)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현지 은행 관계자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풍부한 할인·사은 혜택을 앞세워 이들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종합금융서비스) 고객들이 롯데백화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젊은 유커, 이른바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 세대)족을 겨냥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신세계 백화점과 롯데 백화점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나 블로거에서 영향력이 큰 파워블로거들을 초청, 직접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둘러보게 하는 ‘팸투어’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팔로워가 최대 200만명에 이르는 이들이 팸투어에 참가한 뒤 자신의 블로그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긍정적 후기를 남기면, 일반 온라인 광고보다 더 큰 홍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