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승패를 판단하기 힘들다. 임기가 끝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기민당(CDU)-자유민주당(LDP) 연합의 승리를 기대한다.
메르켈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차례 더 나아간 대연합으로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메르켈의 기민당과 메르켈에 전혀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과의 연합을 통한 승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피루스의 승리', 다시 말해 상처투성이의 승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게다가 기민당과 사민당의 거대 정당 간 연합은 이미 지난 4년간의 정치적 실험을 통해 독일 국민들이 외면한 것이다.
따라서 기민당과 사민당이 다시 정치적 연합을 시도한다고 해도 양당의 연합정책이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현재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은 (공동집권 후의 정책적 연합을 위해) 전략적 합일점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기민당이나 사민당 모두 자당의 전통적 지지자들로부터 정책연합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권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메르켈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난제는 대연정 결과 군소정당들이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독일 현지 분석에 따르면 대연정이 총선의 핫 이슈로 떠오른 한편에서 녹색당과 공산당, 그리고 친기업 정당인 자민당(FDP)과 극우 정당, 옛 동독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 등이 세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이 10% 이상 득표에 성공할 경우 독일의 정치 지형은 대단히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메르켈은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지난 2005년 총선 승리를 안겨줬던 자유주의 경제의 본성은 가급적 은폐하는 식의 철두철미한 선거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가 승리를 얻을 수는 있지만 단독적인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대연정의 파트너인 사민당의 사정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사민당의 정당지지도는 23%로 낮아져 36%의 지지도를 확보한 기민당에 크게 뒤진 2위에 머물러 있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으로 '힘의 균형자'에서 탈피해 기민당 및 자민당과 더불어 집권세력의 하나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합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지금 독일에는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견고한 정치적 연합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