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만호특집/채권시장의 선진화] 채권시가평가제 도입의의

채권시가평가제란 채권의 가치를 시장가격에 의해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장부가격에 의한 평가이다. 채권의 시장가격은 장래 발생할 이자와 원금의 수입을 위험을 고려한 시중 금리로 할인한 값이다. 따라서 채권의 시장가격(시가)은 금리가 변하면 항상 변한다. 그러나 채권을 시가가 아닌 매입당시의 채권가격으로 평가하면 채권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금흐름의 왜곡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긴다.실제로 신탁상품은 그동안 시장가격과 상관없이 고객이 가입한 당시의 장부가격에 의해 수익률이 계산·지급돼 왔기 때문에 여러가지 부작용을 양산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에도 증권사나 투신사는 장부상 고정되어 있는 채권가치를 기초로 당초 고객에게 제시한 확정금리 지급을 위해 신탁재산간 또는 신탁재산과 고유재산간 손익이전(물타기)을 일삼아 왔으며, 특히 시장가격과 장부가격 차이에서 오는 손실을 그대로 떠 안아야 했다. 또한 고객의 중도환매에 응하기 위해서는 보유중인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데, 유통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제때에 매각도 못해 미매각 수익증권만 확대되는 등 부실화가 심화됐다. 한마디로 장부가격에 의한 채권 평가의 경우 고객들은 금리변동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의 손실은 고스란히 증권사나 투신사의 몫이 됐다.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채권시가평가제다. 채권시가평가제가 적용되면 신탁재산에 편입된 채권이 매일매일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에 따라 평가되며, 수익률 역시 이에따라 변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은 실적배당에 의해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원금을 손해볼 수도 있지만 최소한 과거와 같은 부작용은 없게 된다. 채권시가평가제는 국내 채권 유통시장의 문제점중 하나인 유동성 확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유동성과 유가증권 가격정보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유가증권 가격이 불분명해지고, 거꾸로 유가증권 가격정보의 부족은 매매위축의 주요 요인이 된다. 한마디로 유가증권의 가격정보 부족은 이같은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는 셈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채권시가평가제라는 얘기다. 채권시가평가제는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싶은 외국인의 관심을 유도, 유통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장부가에 의한 평가관행을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생각해 왔는데, 채권시가평가제 도입으로 이들이 국내 채권 유통시장에 참여할 경우 물량 소화의 주요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가평가제는 또한 채권관련 파생상품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채권관련 파생상품시장이 형성되면 이자율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는 만큼 금융기관은 합리적인 자산운용은 물론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이와함께 채권시가평가제는 채권의 주요 수요처인 금융기관의 재산 및 채무 평가에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기업에 대한 위험 측정을 가능케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도입된 뮤추얼펀드의 순자산가치(NAV) 계산에도 채권시가평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자산가치는 채권의 실제가치인 시장가격에 의해 산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구영 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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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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