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사들 또 다른 생존전략

"금리 갖고는 진성고객 못잡아" '관계형 금융'에서 해법 찾는다

수도권 저축銀 일수대출 등 끈끈한 인연 만들기 잰걸음


전북은행은 히트 상품 'JB다이렉트 예·적금'의 금리를 15일부터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정기적금 금리를 0.22%포인트 내린 지 꼭 한 달 만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행보를 수신액 쏠림 현상에 따른 후속조치로 평가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고객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자 일선 직원들이 '진성 고객'을 찾아낼 여유조차 없는 현 상황을 바로잡자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이다. 전북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손님이 상대적으로 줄면 여유가 생긴다. 이 시간에 창구를 찾는 고객에게 한마디라도 더 걸며 관계를 설정하고 전북은행의 진짜 고객으로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금융회사들이 단순히 '금리'가 아닌 '관계'를 통해 고객들을 유인하려는 '관계형 금융'이 각광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스토리금융 △지역 특화 상품 출시 △관계형 금융 인사고과 반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관계형 금융을 실현하고 있으며 저축은행들은 최근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고객의 밥숟가락 개수까지 세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일수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시중은행, '진성 고객' 잡기 노력=전북은행은 '도자기 대출'과 같은 문화와 지역 특색이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한정 고객 대상 맞춤형 상품으로 시중은행들은 쉽게 실천할 수 없는 행보다. 전북은행 고위 관계자는 "도자기공들이 고금리 대출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몇 bp(1bp=0.01%포인트) 낮춰 대환해주면서 관계를 맺는다"라면서 "이를 다리 삼아 도자기공의 사업을 해외로 넓히는 작업을 도와주면서 추가 대출을 내주며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은행들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앞으로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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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관계형 금융은 핵심성과지표(KPI) 책정 부문에 반영돼 있다. KPI 점수를 가장 높게 받기 위해서는 한 고객에게 다량의 상품을 팔아야만 한다. 개별 고객에게 여러 상품을 팔 수 있다는 말은 충성도 있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느냐의 여부와 직결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일찌감치 '스토리금융'을 은행 어젠다로 삼고 임직원들에게 경영 방침을 내렸다. 그가 스토리금융을 말할 때 늘 언급하는 예가 바로 '50만원짜리 펀드 판매'다.

수입이 넉넉한 사람에게 50만원짜리 펀드를 사는 것을 권유하는 것과 100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같은 액수의 펀드를 판매하는 것. 후자가 틀리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고객의 처지에 대해 꿰고 있으라는 얘기다.

◇저축은행, 수도권 중심 일수대출 확대=관계형 금융과 거리가 멀었던 수도권 기반 저축은행들도 일수대출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친애저축은행은 지난 2월부터 '데일리론'이라는 이름으로 일수대출을 시작했다. 친애의 전신 미래저축은행은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일수대출로 재미를 본 적이 있는데 이를 경험 삼아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조은저축은행(옛 신민)도 일수대출에 능숙한 직원 세 명을 채용해 '조은하루론'이라는 이름으로 대출을 실시했다. 본점 인근 충무로·명동·을지로 등 지역을 주 타깃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상인들과 관계를 맺겠다는 포부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관계형 금융이 취약했던 서울권역 저축은행들이 일수대출을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금리 차별화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조만간 계좌 이동제가 도입되는데 이를 대비해서라도 금융사가 고객을 붙잡아놓을 수 있는 관계 지향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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