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오는 13일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산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특히 전자ㆍ자동차ㆍ철강 등 수출형 산업과 중소 무역업계는 지난 2003년 물류대란으로 수천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 한국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답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도로를 막아 비조합원 차량까지 다니지 못하는 일만 없기를 바라는 심정”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업계, 비상대책반 설치=무역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삼성물산ㆍ한국타이어 등 주요 하주(荷主)업체의 물류팀장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윤재만 무역협회 회원ㆍ물류서비스본부장은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한편 전국 11개 지부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업계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가운데 2003년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2003년 전체 화물차의 10%도 안 되는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이 2주간 운행을 멈췄지만 수출입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약 6,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가전ㆍ타이어ㆍ제지ㆍ자동차 ‘초비상’=업계에 따르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가전ㆍ타이어ㆍ제지 등이 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파업 때도 이들 업종의 피해가 가장 컸다. 이에 따라 해당 업계는 화물연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대체 수송차량 수배에 나서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전자업계는 특히 냉장고ㆍ에어컨ㆍ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출물량이 문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국내 물류를 담당하는 삼성전자로지텍과 하이로지스틱스는 최근 화물차주들과 운송료 인상에 합의한 상태지만 수출용 컨테이너 차주는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로지텍을 통해 대체 수송용 컨테이너 차량을 최대한 확보, 버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초고유가와 화물연대 파업은 이미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상태여서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파업이 이뤄질 경우 하루 13만개의 타이어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금호타이어는 6만8,000개의 운송이 어려워진다.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파업에 대한 대응책은 현재까지 마련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ㆍ해운ㆍ철강도 피해 최소화 고민=현대ㆍ기아차는 신차 인도 지연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열흘. 파업이 열흘을 넘기면 전국적인 인도 지연 사태가 벌어진다. 현대차의 물류 자회사인 글로비스와 산하 협력업체 5개사는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영 및 비조합원 차량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현대차 울산공장도 생산차량을 열차로 옮기거나 차량 1대씩 개별 탁송하는 방법을 확대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실시간으로 배송 상황을 체크하고 일별 보고를 토대로 물류 관련 주간회의를 열 예정이다. 또 회사 내 부품ㆍ생산ㆍ물류 등 유관부서 간 비상연락망을 가동, 시위현황 및 교통상황을 체크해 실시간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 등 전기로 업체들의 사정이 급하게 됐다. 전기로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간재를 트럭으로 운송해 공장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원자재 입고 및 생산제품 출하가 지연돼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운업계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운송물량 감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유업계는 탱크로리 차량의 화물연대 소속 여부를 긴급 파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