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 플러스] 고유가시대 자산 포트폴리오

원자재 펀드·ELS·물가연동채권 관심을<br>유동성 확대·자금 유입 효과 기대<br>원유·금 등 원자재 펀드가 제격<br>실적 호전 대형주 위주 매수를



서울 강남에 있는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박영식(가명ㆍ36)씨는 지난해 초 가입했던 펀드의 환매 시기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언제 증시의 발목을 잡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평소 투자에 자신하던 지인을 찾아가 상담을 해 봤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박 씨는 "국내 증시가 이미 연초와 비교해 오른 데다 국제유가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자신있게 베팅을 하기가 어렵다"며 "혹여 환매시기를 놓칠 경우 손실을 볼 수도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풍부해진 유동성에 오르던 국내 증시가 치솟는 유가에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완화되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경기지표가 좋아졌지만 이번에는 국제 유가가 국내 증시에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자칫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가 유동성 증가와 유가 급등이라는 두 변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을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의 흐름을 볼 때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고유가 수혜가 예상되는 상품이나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남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앞으로 미국이나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상승 추세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국제 유가 급등이 증시에 변동성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관련 펀드ㆍ주식과 물가연동채권 등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헤지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금과 원유는 국제 시장에서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금 유입 효과까지 기대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헤지와 고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고유가와 무관하게 업황이 회복되거나 실적 모멘텀이 있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가가 2,000선을 사이에 두고 오르내릴 수는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경기 부양 정책에 나설 경우, 관련 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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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실적이 호전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대형주 위주의 매수를 권하고 있다. 또 엘피다 파산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IT주나 LG화학 등 신(新)사업 진출로 혁신적 변화가 점쳐지고 있는 종목들도 추천 대상에 올랐다.

우성진 동양증권 W 프레스티지 강북센터장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유가가 치솟는 등 악재가 부각되자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지 못한 상태"라며 "채권 등 안전자산에 보유자금의 40% 가량을 두고 나머지는 주식 투자와 현금화 방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우 센터장은 이어 "최근 일본 엘피다의 파산으로 국내 IT주가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이처럼 반사이익이 예상되거나 새로운 사업 진출로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가연계증권(ELS)나 국내외 주식형 펀드 등도 투자할 만한 상품으로 꼽혔다.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만큼 직접보다는 간접 투자로 수익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최근 투자 조건이 좋은 주가연계증권(ELS)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며 "늘어난 유동성과 유가 폭등에 현재 2,000선을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증시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반응하면서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간접 투자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상장지수펀드(ETF)보다 수익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ELS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불안한 투자자들에게는 우량 유럽은행 등에 투자하는 해외채권이 수익률 면에서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성동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강남 센터장은 "앞으로 국내외 증시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형 펀드가 확실한 투자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이들 가운데서도 그 동안 여러 악재로 크게 소외됐던 유럽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권형 펀드의 경우 낮은 금리 상황으로 투자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며 "이보다는 앞으로 경기부양 정책으로 증시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는 중국펀드가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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