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엄마들의 포르노'로 불리며 신드롬적 인기를 누렸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영화로 재탄생해 26일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는 27세 나이의 억만장자이자 완벽하게 매력적이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남자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성적 경험이 없는 순수한 여대생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 사이의 아찔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차별화를 두는 부분은 바로 완벽한 남자 그레이의 남다른 성적 취향. 사도마조히즘(SM·Sado-masochism), 즉 가학-피학적 성애를 즐기는 그의 '놀이방'에는 눈가리개와 로프, 채찍과 수갑이 즐비하다.
과연 아나스타샤는 순수한 사랑의 힘으로 "나는 사랑 따위는 하지 않아. 내가 하는 것은 섹스야"라고 잘라 말하는 그레이를 구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앞서 개봉한 북미 등에서 이미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북미에서 13일 개봉한 영화는 주말 3일간 총 8,167만 달러(한화 약 898억원)를 벌며 역대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4번째로 높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미국을 제외한 55개 개봉국의 오프닝 수익 역시 1억5,800만달러(약 1,750억원)를 달성했다. 첫 주에만 제작비의 6배 이상을 벌어들인 셈으로 제작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곧바로 총 3부 6권에 이르는 원작을 전부 시리즈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흥행은 원작 소설의 인기에 힘입었다. 동명의 원작소설은 50여개 국에서 총 1억부 이상 판매됐으며 뉴욕 타임지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타임지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짜릿한 소설 베스트 10 등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그 뿐만은 아니다. 유명한 포토그래퍼 출신인 여성 감독 샘 테일러 존슨이 연출을 맡았고, 영국의 여배우인 켈리 마르셀이 각본에 참여했다. 원작의 주 소비층이었던 여성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측면에서 공을 들인 것이다. 실제 여성들의 판타지나 다름없는 그레이는 매너 있고 댄디한 완벽한 남성으로 잘 묘사됐으며 노골적인 성애 장면조차 노출이 많은 것에 비해서는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하게 그려졌다.
다만 이미 한국의 로맨틱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관객들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드라마나 일본의 순정 만화에서 봤던 설정들이 너무 많아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없다. 그레이의 매력이 '도민준'을 뛰어넘는지도 잘 모르겠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