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 수학교사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수학의 성차(性差)를 유전적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여성개발원 정경아 박사의 `중등학생의 수학에서의 성별 격차 및 해소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ㆍ고교 수학교사 403명(남자 202명, 여자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학에 뛰어난 학생 가운데 남학생이 훨씬 많은 것은 선천적 성차 때문으로 교사의 노력으로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없다'에 동의한 교사가이 문항에 응답한 332명 중 38.8%로 조사됐다.
정 박사는 "이는 수학의 성차에 교육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인식을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학교육의 젠더문제에 대한 교사 인식을 높이기위한 별도의 노력이 요청됨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자신감, 흥미, 수업태도에서도 성별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 교사의 65.5%가 남학생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여학생보다 높은 것으로알고 있었고, 수학 수업에 대한 흥미에서도 남학생이 더 높다는 응답이 전체의 51.2%를 차지한 반면 여학생이 더 높다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여학생은 수업 때 주의집중, 노트정리, 조별 보고서 작성 등에 더 성실하지만 틀린 대답을 했을 때 남학생보다 더 창피해하는 등 교사와 상호작용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수학교과와 관련된 교내평가에서 남학생이 더 우수한 성취를 했다고 응답한 교사들은 그 이유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이 우수해서'(50%)를, 여학생이 더 우수하다는 교사들은 `수업태도가 좋고 주의집중을 잘해서'(47.6%)를 각각 꼽았다.
정 박사는 "남학생의 높은 성취 원인은 능력 요인에서 찾는 반면 여학생은 노력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의 성차와 관련된 자료를 접한 경험이 있다는 교사는 14%에 불과했고, 남녀학생의 동등한 수학 성취를 위해 교사연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응답은 44.4%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와 함께 중ㆍ고생 2천560명(남자 1천312명.여자 1천2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학생이 인문계를 선택한 이유를 살펴보면 `수학성적이 좋지 않거나 싫어서'가 40.9%로 가장 많았다.
정 박사는 "수학 교사들은 여전히 원리를 설명하는 강의식 수업과 문제 풀이와 같은 전통적 교수방법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며 "여성인적자원의 양성, 진로선택 기회 확대 등을 위해 수학의 성별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이를 위해 ▲남녀평등교육심의위원회 산하 `수학ㆍ과학ㆍ기술 분과위'설치 ▲수학교사를 위한 양성평등 교사 핸드북 개발 ▲양성평등 수학교육을 위한 교사 연수 실시 ▲여학생에 친화적인 수학 클럽활동 개발 및 육성 등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