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에 사활을 건 일본 기업들이 ‘일본’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있다. 단순한 생산거점 이전이 아니라 인사제도와 사용하는 언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봉급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뼛속까지 ‘탈(脫)’일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증권회사인 노무라홀딩스는 내년부터 국내외 간부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달러화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대상 직원은 채권ㆍ주식부문에서 근무하는 차장급 이상으로, 도쿄 본사에서 근무하는 해당자도 약 1,500명에 달한다. 본사 직원과 해외근무 직원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로 업무성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기 위한 조치로, 본사 직원의 경우 엔화로 지급받기는 하지만 지급액이 달러화 기준이므로 엔ㆍ달러 환율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게 된다. 노무라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의 유럽ㆍ아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한 이래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위한 ‘일본 벗기’에 앞장서 왔다. 작년 7월부터는 법인거래부문 직원 1,6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형사원’이라는 직종을 도입, 이들을 대상으로 업무성과에 따른 보수 차등화와 연금 등 복리후생 폐지 등 파격적인 인사보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화의 일환으로 일본 본사에서 일본어 대신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전자기기업체 샤프의 연구개발부문이 일본어 대신 영어를 공식 사용언어로 채택할 방침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 나라현 소재 연구개발본부 외에 미국과 영국에도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는 샤프는 이르면 내년부터 영어를 기술인력간 공용어로 확정, 글로벌 R&D망의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샤프는 또 신흥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연내 중국에도 소재 및 소프트웨어 관련 기초연구 거점을 설립하고, 사내 중국어 연수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문은 “전자기기업계에서 영어를 공용화하기는 샤프가 처음”라며 “해외판매 강화를 성장전략으로 삼고 있는 다른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라쿠텐과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리테일링도 글로벌화를 위해 영어를 공식언어로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장기적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각각 70%와 60%까지 확대하기 위해 외국인 직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라쿠텐은 오는 2012년까지 회사 공용어를 영어로 바꾸기로 하고 이미 구내식당 메뉴나 엘리베이터 내 공지사항 등을 영어만으로 게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자회견은 물론 사내 회의도 전부 영어로 진행하게 된다. 퍼스트리테일링 역시 2012년 3월부터는 외국인 직원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