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나침반과 함께하는 正道경영

최명주 <교보증권 사장>

‘고급 식당과 술집에 맛들이지 말라.’ ‘한 달치 소득의 세 배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지 않도록 하라.’ ‘지나친 마당발이 되려 하지 말라.’ 학창시절 도덕선생님 말씀처럼 들리는 말들이다. 최근 품질경영으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국내 굴지의 회사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제정한 직장인 윤리보감의 일부분이다.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정도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정직·성실·체계적 시스템 병행

정도경영이란 고객ㆍ주주ㆍ협력사ㆍ경쟁사ㆍ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 관계자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정도경영을 통한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최근 정도경영의 실천 정도를 경영성과 평가 잣대로 활용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대외 홍보용이나 부수적인 경영활동으로만 생각되던 정도경영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한편 그동안 정도경영이라는 용어가 남발됨으로써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무뎌지지는 않았나 반성해볼 필요도 있다. 정도경영은 윤리경영과 관계가 있다. 즉 정직과 성실이 근간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직과 성실은 명확한 기준이나 평가의 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한 불만과 시비를 남길 여지가 있다. 컨설턴트로 지내왔던 지난 10여년 동안 제3자의 시각에서 조직의 이슈를 파악하여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다. 때로는 소속 임원과 직원들의 저항을 받기도 했고 협력을 받기도 했다. 바른 길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해볼 기회가 있었다. 바른 길은 곧 상식이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보통사람으로서 으레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과 판단이다. 상식의 잣대라는 것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선행요건으로 상식(정도, 바른 길)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행동수칙 제정이 필요하다. 과거의 편법과 잘못된 관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와 단절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그러고 보면 정도경영은 단순히 임원과 직원의 정직과 공정한 업무자세에만 호소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 선진 경영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임원과 직원 개개인이 자신만의 잣대로 ‘나는 도덕적이다’고 한다면 이는 결코 성공적인 정도경영으로 이어질 수 없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이에 바탕을 둔 업무 프로세스가 매뉴얼로 제시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바른 방향인지 항상 되짚어야

6월 우리 회사는 전체 임원과 직원에게 나침반을 나눠주었다. 각자 영업과 관리업무를 할 때 늘 바른 길에서 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자는 취지이다. 산에 오르거나 내릴 때 등산로를 따르는 것이 길을 잃지 않고 정한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처럼…. 하룻밤 사이에 신데렐라처럼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고 본다. 다만 정도경영의 틀에서 늘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돌아본다면 소기의 목적을 더욱 효과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이 보태진다면 이것이 바로 색깔 있는 성공기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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