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눈높이 맞추기


'대우탄금(對牛彈琴)'이란 말이 있다. 중국 양나라 때 승려 우가 편찬한 '홍명집' '이혹론'에 나온 고사성어로 거문고 가락을 들려줘도 거들떠보지 않던 소가 모기 또는 파리, 송아지 울음소리 등을 흉내 냈더니 반응을 보였다는 데서 유래됐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음악도 소에게는 무용지물인 것처럼 좋은 말이나 행동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필요 없다는 뜻.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눈높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교훈이 담겼다.


△인체공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지상에서 150~180㎝ 높이의 물체를 봤을 때 가장 편안함을 갖는다고 한다. 눈의 높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그보다 높거나 낮으면 불안정하다고 느낀다는 설명도 있다. 화랑이나 전시회장에 가면 대부분의 그림이 눈과 수평을 이루는 위치에 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람객이 편한 느낌을 갖는 동시에 작가의 시선에 맞춰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감을 이룰 수 있도록 한 배려다. 갓 태어난 아기나 자녀와 대화할 때 서서 내려다보지 않고 무릎을 굽힌 채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것 역시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는 믿음의 다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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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눈높이만큼이나 심리적ㆍ정서적 눈높이도 중요하다. 국민과 정부, 국민과 정치의 정서적 눈맞춤은 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정부가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물가도 안정적'이라고 외쳐댄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빚에 쪼들리고 오르는 물가 탓에 지갑마저 가벼워지는 서민에게는 '전혀 아니올시다'다. 고용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발표도 30만 청년 백수들의 입장에서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눈높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물가ㆍ실업 등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와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상황 간 괴리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지표 통계를 바꿔 국민의 신뢰감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늦게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눈높이가 맞춰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에게 쏠린 정부의 눈을 국민에게 돌리지 않는 한 해결될 문제가 아닐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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