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이 1만원내면 회사서 1만원 보태초 단위로 수백억원대의 돈이 왔다갔다하는 냉혹한 여의도 증권가가 봄을 맞아 따뜻한 이웃사랑의 온정을 싹틔웠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부터 한달간 'MM드림펀드'의 모금활동을 조용히 펼쳤다. 펀드 가입자격은 투자자가 아닌 메리츠증권 임직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 펀드의 고정 수익률은 주식시장이 아무리 변동해도 무조건 100%. 임직원들이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매월 급여에서 공제하면 회사가 정확하게 모금액만큼을 보태주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매달 1만원씩 기부하기로 신청하면 매달 월급에서 공제되는 1만원에 회사가 그 직원의 이름으로 지원하는 1만원을 더해 총 2만원의 기부금이 펀드에 적립되는 방식이다.
엄청난 고수익이 보장된 이 펀드는 메리츠증권이 '어려운 이웃에게 꿈(dream)과 사랑을 나누어 드림'이라는 취지로 운용하고 있는 '사랑의 펀드'다.
이 펀드를 기획한 한경훈 경영기획팀 차장은 "업무가 바쁘고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증권사는 다른 조직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그동안 각 지점이나 부서별로 기부금을 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회사와 직원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증권가에서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한달간의 펀드모집 활동을 펼친 결과 성공적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총 798명의 메리츠증권 직원 중 71%인 567명이 사랑의 펀드에 동참하기로 했다.
황건호 사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임원진들도 이 펀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메리츠증권 임직원이 매달 기부하는 금액은 500만원. 회사가 지원하게 될 500만원을 합하면 매달 1,000만원, 연간 1억2,000만원 가량을 모을 수 있게 된다.
MM드림펀드는 단순히 기금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펀드를 내놓게 된 것은 올초 사내에서 조직한 사회봉사단의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
사회봉사단은 펀드를 관리하고 매달 두차례 이상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도움의 손길을 나누고 필요한 물품도 구입해준다.
사회봉사단은 각 구청 복지관리사의 도움을 받거나 고객만족센터 사이트에 올려진 요청서를 바탕으로 방문할 곳을 찾는다. 이들이 주로 눈길을 주는 곳은 정부의 공식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비인가 시설들.
한 차장은 "비인가 시설을 방문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농아원을 방문했던 한 직원도 "태어나서 한번이라도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일이 얼마나 뿌듯한 것인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2일 사회봉사단의 발대식을 갖고 소를 형상화한 봉사단 캐릭터를 마련했다. 봉사단의 소는 주식시장의 '호황장세'를 상징하는 소가 아니다. 인내와 협동ㆍ풍요의 의미를 가진 소다.
황 사장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단발성 활동보다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베풀수있는 활동이 이웃사랑의 본질에 더욱 가깝다"고 강조했다.
최원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