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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갤러리 밖으로 나오고 있다.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여겨지던 미술계가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소장과 감상이라는 고정 관념의 벽을 넘어 미술의 공공성 강화라는 화두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은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불황으로 지친 대중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그들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서관 배달 프로젝트
사회문제를 소재로 조각ㆍ영상ㆍ설치 작품을 만들어 온 작가 배영환(40)이 새로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도서관을 제작해 농어촌 등 소외지역을 찾는, 이른바 '도서관 프로젝트'다.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책장과 도서 가구를 조립할 수 있는 형태로 컨테이너에 담아 해당 지역으로 보내고, 지역 주민들이 이를 사용 목적에 맞게 만들어 쓰는 방식이다. 작가는 "수억원을 들여 도서관을 짓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고 4평 남짓한 컨테이너는 국제규격에 맞춘 것이라 육로 수송도 가능하다"면서 "나는 골조를 보내지만 내부 프로그램은 지자체와 주민들이 의논해 조정해 가며 채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화동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4월26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설계도 발표회 겸 사용 설명회라고 보면 된다. 배씨가 기금을 마련으로 제작비를 충당했고 충북 진천의 한 마을에 첫 도서관이 자리잡을 예정이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지자체와 연계해 다양한 지역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관람료는 컨테이너 도서관 제작 및 도서구입비로 쓰인다. 책을 기증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02)733-8945 ◇누구나 즐기는 예술 전광판
누구나 볼 수 있는 전광판의 접근성에 작품전시를 위한 갤러리 기능을 결합하면 '살아 움직이는 최신 전시공간'이 된다. 을지로 SK텔레콤타워 내 코모(Como) 갤러리가 이를 십분 활용한 사례다. 미디어아트 전문기관인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가 운영하는 곳으로 LED스크린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를 인터넷, 모바일 등과 연결해 도시인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또 다른 방식의 공공미술을 추구한다. 지금은 독일 영상작가 로베르트 자이델(32)의 '과학과 감성, 그 불확실한 경계'전이 진행중이다. 전광판을 캔버스 삼아 펼쳐진 작가의 영상 작품 5점이 31일까지 선보인다. 이 같은 수준과 규모의 영상전문 갤러리는 뉴욕이나 호주 멜버른 등 세계적으로도 10개가 채 안 되는 만큼 시간을 내 챙겨보면 유익하겠다. 무료 입장. (02)2121-0922 ◇누구나 참여하는 공공미술
독일 브레멘에 살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천경우(40)는 일반인의 예술참여에 적극적이다. 그의 개인전 '사우전드(Thousand)'가 열리고 있는 평창동 토털미술관에는 벗어놓은 천 개의 신발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서울 반포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공동작품으로 신발의 한쪽에는 소원을, 다른 한쪽에는 불만을 적은 쪽지가 들어있다. 아이들은 적은 내용을 아무도 못 보게 해야 한다는 작가의 주문에 따라 테이프ㆍ촛농ㆍ꽃과 풀 등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해 봉인하고 꾸몄다. 또 인근 가인갤러리에서 작가의 신작 사진전이 함께 열리고 있다.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브리딩(BreaThing)'시리즈는 장시간 노출 기법으로 오랜 시간 사물을 든 채 숨을 쉬는 사람을 촬영, 가녀린 흔들림이 중첩돼 담긴 몽환적 이미지가 특징이다. 전시기간 중인 14일 오후 5시부터 토탈미술관에서 출발해 가인갤러리까지 향하는 거리 음악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독일과 영국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는 28일까지. (02)394-3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