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글스 첫 내한 공연 그 뜨거운 현장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 타이틀 첫 내한공연…호텔캘리포니아 등 히트곡 들려줘

매캐한 흙먼지를 몰면서 미국 서부의 광활한 사막을 지나 온 독수리(Eagles)는 40년이란 세월의 무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강렬하면서도 애잔하고 그래서 더욱 뜨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미국 록밴드의 살아있는 전설 이글스가 15일 저녁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이란 타이틀로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이글스가 결성 40주년인데다 최초 오리지널 멤버(글렌 프레이, 돈 헨리, 조 월시, 티모시 B. 슈미트)의 한국 첫 방문이란 점에서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글렌 프레이가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2007년 선보인 7번째 앨범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을 타이틀로 한 월드 투어인 만큼 이 앨범에 수록된 신곡 6곡이 이번 공연에서 선보였다. 캐주얼한 셔츠 차림의 멤버들이 신들린 듯한 연주로 ‘하우 롱’(How long), ‘아이 돈 원투 히어 애니 모어’(I don’t want to hear any more) 등 신곡을 무대 위에서 쏟아내자 관객들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관객들은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 없이 혼연일체가 돼 록 음악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70-80년대를 풍미했던 록밴드인 만큼 중년의 부부들이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아 다른 공연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을 연출했다. 신곡으로 구성된 공연 전반부가 끝나고 라틴 멜로디를 뿜어내는 트럼펫 소리가 차분하게 깔리자 객석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정적이 몇 분이나 흘렀을까. 이글스 최고 히트곡 ‘호텔 캘리포니아’의 기타 전주가 객석으로 울려 퍼지자 객석 여기 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예순을 넘긴 돈 헨리가 고뇌에 찬 표정과 까칠한 허스키 보이스로 드럼을 힘껏 두드리며 ‘호텔 캘리포니아’를 열창하자 관객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는 당시 미국인에겐 환상과 퇴폐의 상징으로, 이글스는 탈출구조차 없는 비관적 현실을 울부짖으며 미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글스는 역사적인 첫 한국 공연에 대한 선물로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 ‘로키 마운틴 웨이’(Rocky mountain way) 등 4곡을 앙코르 곡으로 준비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돈 헨리가 ‘호텔 캘리포니아’에 견줄 만한 또 다른 명곡 ‘데스페라도’(Deperado)를 부르며 역사적인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글스는 그 자체로 아메리카를 상징한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이 날 3시간 남짓한 공연은 미국적 색채를 강하게 표출한 록밴드의 무대였다. 미국적인 동시에 동시대인의 감수성을 파고 드는 흰머리 독수리들의 음악에의 열정과 사랑은 아마도 영원히 멈추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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