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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떼쓰는 애플에 등 돌린 언론들
"삼성 특허침해 판결하라" 떼쓰는 애플"판단은 배심원 몫인데…" 싸늘한 언론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애플 WWDC 홈페이지/한국일보 DB
법정에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를 삼성전자가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애플이 "애플의 특
허가 유효하다"고 선언해 달라고 미국 법원에 긴급 요청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 조차 애
플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 디자인과 관련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위법 행위라며 미국 법원에 긴급 법적 제재를 요청했다. 애플은 이날 18쪽에 달하는 변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부적절한 방식을 통해 배심원단의 판단에 고의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재판부는 애플의 특허권을 인정해 주거나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증거자료를 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특히 "애플의 디자인 특허는 유효하며 삼성이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열린 본안소송 심리에서 애플의 전직 디자이너인 니시보리 신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제품 사진을 현지 언론에 공개했다. 당초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증거가 제출시한을 넘긴 데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금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언론 마저 애플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지나친 것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애플의 요구는 이번 소송 핵심 쟁점인 디자인 특허를 삼성전자가 무단으로 침해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초 애플에게 우호적이었던 미국 매체들도 애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변호사가 절차를 위반하면 통상 벌금형을 부과 받는데 애플은 특허권을 인정하고 삼성전자의 특허침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재판부가 아닌 배심원단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IT전문 매체인 매셔블도 "애플의 잇따른 소송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미래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애플이 이번 재판에서 이기면 모바일 업계의 혁신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이날 현지 언론을 통해 "애플의 요구는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의무를 면제해달라는 것이자 전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