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급락함에 따라 펀드 투자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투자자의 성향 및 현금보유 비중에 따라 차별적인 펀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는 현 급락기를 저점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라는 의견도 잇따랐다. 해외펀드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대응 전략이 권고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이 진행되며 국내외 펀드 수익률도 급감하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 이상인 주식형 펀드 538개 가운데 6개월 동안 수익을 낸 펀드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라면 사실상 대부분 원금 손실을 봤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급락은 밸류에이션 등의 문제라기보다는 단기 급락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국면”이라며 “아직 바닥권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비중 축소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현금 보유물량이 상당한 투자자 위주로는 국내 시장의 매수 대응도 권고할 만 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증시 급변동 속에서도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순유입 국면을 보이고 있으며 일 평균 1,000억원대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 국면에 비하면 다소 공격적인 유입세로 평가된다”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시장에 대한 분할 매수 전략이 권고된다”고 평했다.
반면 해외펀드의 경우 보수적인 대응이 요구됐다.
특히 중국 시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 및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주간단위 수익률은 마이너스 8.98%로 해외 투자 국가 중 최저치고 3개월 수익률도 마이너스 20.22%에 달했다. 주간단위 자금 유출도 870억원 규모로 해외 투자 시장 중 역시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추세 이탈 국면은 아직 아닌 만큼 관망할 것을 권하면서도 리츠 펀드의 경우처럼 추세적 하락이 전망될 경우에는 분할 매도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남수 연구원은 “투자자금이 몰리던 지난해 10월쯤 신규로 가입했다면 현재 40%가량의 손실을 봤을 것”이라며 “펀드 환매는 지난해 4ㆍ4분기부터 나타났지만 당시 장기 투자 자금에 국한되던 것에서 신규 고객으로까지 넓혀졌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펀드 중 자금이 모이고 있는 브릭스 펀드에 대해서도 역시 보수적인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브릭스펀드로는 2,3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해외펀드 중 가장 높은 유입세를 보였다. 분산투자 효과 및 신흥시장 경제성장에 따른 원자재 상승에 대한 수혜 가능성이 배경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브릭스 펀드도 글로벌 증시와 연동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신규 투자자라면 매수로 대응하기보다는 저점을 확인한 뒤 투자에 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지수폭락과 관련해 아직까지 펀드런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호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최근 지수가 하락하고 있지만 펀드수탁액은 변동이 크지 않다”며 “펀드시장이 적립식 투자 비중이 높아 펀드 환매 결정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금융감독당국은 펀드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성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박 국장은 “운용사들이 주식시장에 넣지 않고 단기금융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대기자금이 상당 규모인 점에 비춰보면 유동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