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디스플레이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마중물' 투자에 나선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급급했던 그동안의 관례에서 벗어나 미래 시장에서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함께 '미래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원천 지식재산을 창출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정부와 삼성·LG 양사는 앞으로 5년간 280억원 이상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접이형(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 필름이나 섬유소재 등에 전도성 잉크를 분사해 인쇄하듯이 전자회로를 만드는 기술인 '인쇄전자' 등이 주요 연구대상이다.
이번 기술개발 사업의 특징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5대5로 투자금액을 출자해 대학이나 연구소에 연구기금을 댄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구개발(R&D) 사업이 정부가 자금을 마련해 이를 기업이나 연구소에 나눠주는 형태였다면 이번 사업은 민관이 합동으로 자금을 조달해 연구기관에 투자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사업 방식의 '원조'는 지난 1982년 미국에서 시작된 SRC 사업이다. 당시 미국 정부와 15개 기업은 연간 1억달러의 투자자금을 마련해 이를 104개 대학 등에 지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반도체 기술의 혁신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되는 원천기술의 재산권은 연구기관이 갖도록 해 디스플레이 학계에 활력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관섭 산업부 산업경제실장은 "이 협약이 새로운 기초·원천 기술개발 기회를 제공해 미래 시장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위축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수출이 8.0% 감소할 정도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MOU 체결에 이어 디스플레이 상생협력 위원회를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톱텍 등 디스플레이 분야 8개 중소 협력사가 모여 업계의 동반성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소기업들은 디스플레이 분야의 동반성장 활동에 대해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대기업 및 150여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13년 3.7점이던 체감 만족도(5.0점 만점)가 2014년 3.8점으로 올랐고 같은 기간 0건이던 유휴특허 이전 건수도 257건으로 급증했다. 유휴특허는 개발에 성공은 했으나 상품화하지 않은 특허를 뜻한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대기업에 바라는 사항으로 투자계획 등 정보제공(48%), 공동 R&D(25%), 자금 지원(14%)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