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스터든, 카브리올레든 지붕이 열리는 차를 떠올리면 먼저 드는 생각은 '이런 차는 어디까지나 세컨드카'라는 것이다.
선입견은 또 있다. 고성능이고 잘 달리지만 기름을 많이 먹을 것 같다. 그리고 하체가 스포티하게 세팅돼 운전자 본인이야 운전이 즐거울 지 모르지만 동승한 가족은 괴로운 차가 아닐까.
지붕이 열리는 건 멋있지만 그런 차는 어디까지나 여유있는 사람들의 두번째 차일 뿐, 출퇴근하고 주말에 가족 태우고 다니는 데 쓸 차는 아니다.
그런데 집에 한 대만 있어도 될만한 오픈 톱 차가 나왔다. 오픈 에어의 멋과 즐거움과 충분한 성능, 편안함과 경제성까지 갖춘 오픈카가 바로 아우디 '뉴 A5 카브리올레'다.
아우디의 'A5'는 준중형 세단 'A4'로부터 파생된 모델이다. A4가 5인승 4도어 세단인데 비해 A5는 4인승 2도어 쿠페다. 여기에 '카브리올레'라는 말이 붙으면 열렸다 닫혔다하는 소프트톱을 갖춘 2도어 4인승 쿠페를 뜻하게 된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돼 새로 출시된 뉴 A5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다.
이 차는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인 2,000cc급 가솔린 엔진을 채택했다. 실내는 오픈톱 쿠페답지 않게 4명이 타기에 넉넉하다. 공인연비도 리터당 9.7㎞(복합기준)로 이런 형태의 차 치고는 우수하다.
이 같은 실용성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디자인이 더욱 돋보인다. A5는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발터 드 실바가 과거 "지금까지의 작품 중 아름다운 차"라고 자부한 차다. 지붕을 열여 놓고 차에서 내려 멀리서 차를 찬찬히 바라보길 바란다. 누구라도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달리는 성능도 뛰어나다. 저속일 때는 2,000~3,000rpm 대에서 나오는 발진력과 가속력이 우수하다. 이 차가 과연 2,000cc 엔진을 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페이스리프트되면서 새롭게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의 우수성은 고속에서 증명된다. 시속 120㎞를 2,000rpm에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맛은 잊지 못할 경험이다.
서스펜션도 감탄할 만하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작용한다. 코너를 돌 때는 차를 야무지게 잡아주는 반면, 험로에서는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을 높여준다. 과속방지턱도 부드럽게 넘는다. 4가족이 도심에서 타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다.
인테리어의 고급감, 각종 실내 장치의 편의성은 차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컴포트', '다이내믹', '개인 맞춤형', '자동' 등 4가지 모드로 차의 성격을 변신시킬 수 있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는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단점은 컬러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이다. 화이트, 블랙, 실버, 브라운 4가지만 가능하다. 좀 더 과감한 컬러의 오픈톱 쿠페를 원하는 고객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다. 7,380만원(부가세포함)에 판매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