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검찰의 불편한 진실


외환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지난 1998년, 이른바 '세제 없는 세탁기'사건이 국내주식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세제 없는 세탁기를 개발했다는 곳은 신동방.

식용유 회사였던 신동방은 세제 없는 세탁기를 개발한 사실이 호재가 돼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번에 화제주가 됐다. 신동방그룹이라면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당대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던 곳이다.


신동방의 주가 폭등행진 얼마 뒤 이 주식에 석연하지 않은 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조사 결과 모 중앙일간지 기자가 이 회사 보도자료를 미리 보고 동생에게 알려줘 함께 수억원의 차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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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검찰 조사 과정까지는 큰 화제가 됐지만 두 형제가 재판에 회부된 이후에는 큰 뉴스가 되지 못했다. 사전 정보로 큰 돈을 챙겼던 기자 형제는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 자료를 뒤적여 보니 1심과 2심에서 둘 모두 유죄를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조금 달랐다. 형은 그대로 유죄였지만 동생은 무죄가 됐다.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하던 신동방 사건을 떠올리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대검찰청 고위 간부였다. 얼마 전 점심 자리에서 만난 그는 요즘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씨앤케이인터내셔널(CNK) 사건을 거론하며 고민을 토로했다. 신동방 사건과 닮은꼴인 CNK 사건이 조만간 검찰 손으로 넘어올텐데 과거 판례를 보면 검찰에게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얘기였다.

신동방 판례로만 보면 미리 취득한 정보로 주식을 산 김은석 대사 비서와 동생 두명의 경우 무죄 판결이 유력하다. 더구나 주식을 사들이지 않은 김 대사는 위법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판례를 알고 있는 검찰로서는 CNK 사건은 참으로 다루기 불편한 진실이라는 게 그의 속 마음이었다.

CNK 사건은 정권 실세가 배경으로 거론되는 만큼 검찰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만을 탓하기에는 국민 분노가 너무나 거세다. 과도한 추정 매장량을 충분히 알고 있던 당국자들이 무리하게 허위 사실 발표를 부추긴 배경은 법리 공방의 승패를 따지기 전에 분명하게 실체를 밝혀내야 할 문제다. 불편한 진실을 푸념하는 검찰에게 국민들은 명백한 진실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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