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는 드라마와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뒤늦게 뛰어든 오 후보가 일으킨 바람은 태풍으로 변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지 불과 16일 만에 본선 티켓을 움켜쥐었다. 16일짜리 오세훈 드라마 뒤에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의 서울시장 도전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지난 2002년 6ㆍ13 지방선거를 2개월 앞둔 4월까지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예측 불허였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일으킨 ‘노풍’에 힘입은 김민석 민주당 후보가 초판 앞서는가 싶더니만 DJ 아들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접전양상을 보였다. 판세는 막판에 확연히 뒤집혀졌다.
이명박 캠프에 여유가 묻어날 즈음 당시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오세훈 의원은 대뜸 이 후보에게 농담조로 “형님, 저쪽이 나보다도 젊은데 다음 차례는 접니다”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61년 생인 오 의원은 김 후보보다 3살이 많다. 이 후보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 다음에는 네가 해라”고 답을 줬다.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오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조직력의 열세를 딛고 후보로 확정됐다. 과거 선대위 대변인 시절 이명박 후보와 나눈 농담(?)이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4년 전 ‘자신의 차례’라고 한 말의 진위는 알 길이 없으나 정계 입문 3년차이던 그의 이명박 캠프 경험은 포스트 서울시장 후보로 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해 보인다.
오 후보는 앞서 2년 전에도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는 인적 청산을 요구하며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 지역구를 스스로 포기했다. 국민들은 정치인 오세훈의 국회 16대 때 활약보다는 17대 총선 불출마를 뇌리에 더 기억한다. 그의 선택을 전략적 후퇴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오 후보는 지난해 8월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나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다. 지지도는 지난 연말까지도 신통치 않아 언론 인터뷰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기의 그에게 강금실 바람은 행운이자 기회였다. 오 후보는 강풍(康風)을 타고 날았다. 강풍이 없었다면 오풍도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오 후보는 지금까지 시나리오 대로 순풍에 돛 단 듯한 정치 역정을 밟아왔다. 이제 본선이 30일 남았다. 바람은 그의 최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