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경기가 좋아지면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진다. 이는 경기가 좋아져야 기업 수익이 늘고 수익이 늘어야 주가가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경기와 주가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간지평(time span)을 좁혀보면 주가는 미래의 기업실적을 선반영하고 그래서 주가는 일정 부분 경기보다 앞서 움직인다. '추세는 나의 친구(trend is my friend)'라는 기술적 분석가의 시각이 힘을 얻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주가 그 자체보다 경기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연말 연초 장밋빛 전망의 노이즈를 빼고 보더라도 내년 경기 전망은 아직 낙관만 하기 힘들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전망 자체가 쉽지 않다.
물론 글로벌 경기에 대한 컨센서스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다. 우리 역시 개선을 전망하지만 시장의 전망보다는 덜 낙관적이다. 거품 때문에 터진 상처를 다시 거품으로 치유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온 각국의 경제정책은 이제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길게 보면 글로벌 경기를 낙관하지만 정책 전화기를 앞둔 불확실성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는 부담 요인이다.
물론 당장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연기가 미국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관성으로 머니게임의 연장을 기대하는 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고용->소비->투자'로 이어지는 민간의 자생적 정상화다. 테이퍼링이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계속 연장될 수 있다는 예상, 그 자체가 불확실성이고 위험이다.
만약 이번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연기가 구체화된다면, 오히려 경기 회복에 근거했던 주가 상승세는 주춤할 수 있다. 펀더멘털이 아직 굳건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다소 성급하게 달려나갔다는 의구심이 확산될 시기가 된 것이다. 돈이 돌면서 테이퍼링 논의가 가시화되면, 오히려 주가 흐름은 긍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반대의 가능성이 높다. 더딘 경기 회복이 연준의 정책 스탠스 변화를 늦추는 경우다.
지난 8월 이후 코스피는 성장보다 안도감이 주된 주가 상승의 배경이었다. 유로존이 더 이상 경기침체를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도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바로 그것이다.
우려하던 요소들이 사라지면서 시장참가자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지만 모두가 낙관하는 이 시점이 오히려 조심스럽다. 안도감을 넘어선 성장이라는 조금은 과장된 기대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를 검증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