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에 참여한 미국·독일·일본 출신 연구원들은 이날 미국 알래스카 북부 해역 북위 73도, 서경 160∼161도 지점에서 세 차례에 걸쳐 '코어링'을 했다.
코어링은 해저 퇴적물을 얻어내는 작업으로, 아라온호의 장비로는 해저 바닥에서 아래로 최대 9m까지 수행이 가능하며 국제심해시추프로그램을 통해서는 460m가 최대 기록이다.
이번에 아라온호가 시추 탐사를 벌인 곳은 대륙붕과 인접해 퇴적물이 많이 쌓이는 곳으로, 미국 정부의 허가는 물론이고 알래스카 원주민 협의체가 정한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탐사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는 외교부 등을 통해 이번 작업을 신청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라온호가 한국에서 출발하기 불과 48시간 전에 미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 EEZ 내에서 코어링 작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동안 미국 연구진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 국제적인 연구활동을 계속했고 아라온호가 연구시설을 잘 갖춘 쇄빙선인 터라 이번 작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레오니드 폴리악 미국 오하이오대 버드(Byrd) 극지연구센터 연구원, 프랑크 니센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AWI) 연구원, 야마모토 마사노부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가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고(古)해양 탐사는 단일 국가의 연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방대한 작업이므로 국제 공동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 코어링 작업은 지구의 기후 변화 파악을 위한 연구 과정이다.
바닷속 퇴적물을 통해 과거를 이해해 현재와 미래의 기후 변화를 알아내려는 것.
아라온호는 알래스카 대륙붕, 축치 대지해 등을 탐사해 최근 1만5,000년의 역사와 서북극해 빙하기의 빙하 활동 등 지구의 변화상을 파악해 나가고 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작업은 12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날 연구원들은 바닷속 443m까지 코어장비를 내려, 3번째 시도에서 4m 30㎝ 아래의 퇴적물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조영진 연구원은 “72시간 작업도 해봤으니 12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라며 “북극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연구하지 못하는 곳인데 아라온호가 있어 좋은 샘플을 구하고 지구적인 차원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이번 탐사가 진행된 축치해에서 보퍼트해로 내달 건너가 캐나타 EEZ 내에서 캐나다·미국 연구소와 공동으로 자원 탐사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핵심 탐사 대상은 가스 하이드레이트.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영구 동토층이나 심해에 분포하는 메탄 등의 가스와 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환경·자원 측면에서 주목받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캐나다에서도 큰 관심 대상으로, 고급 설비를 갖춘 아라온호로 공동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극지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미국 EEZ 탐사처럼 캐나다 EEZ 탐사 허가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캐나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통과했고 7개 원주민 사회의 허가를 받는 등 출항 20일 전에야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극지연구소 측은 “이번에 함께 획득한 자료는 공동 연구에 참여한 연구소들과 공유하고 자료를 통해 얻은 연구 결과는 함께 발표할 것”이라며 “다만 연구 개발에서 자원 개발로 연결되려면 여러 단계를 걸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국제심해시추프로그램(IODP)으로 연계해 향후 10년 이상 2∼3년에 한 차례 이 지역에서 아라온호를 이용한 탐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