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IT, 허물어야 산다

정보기술(IT) 기업과 정책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 IT산업의 위기를 경고한 보고서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을 듯싶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줄기차게 달려온 국내 IT산업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주력산업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IT산업은 지난해 수출액 1,134억달러(전체의 34.8%), 국내총생산(GDP)의 26.3%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경제 엔진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유명 IT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IT가 지금까지 하나의 고유 영역을 구축,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전산업에 걸쳐 기본 인프라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IT가 이종(異種) 산업과의 적극적인 결합(컨버전스)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지난주 통신산업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통신 규제 로드맵’을 내놓았다. 최근 성장이 정체된 국내 통신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소비자 이익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통신 분야별로 시행됐던 칸막이식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통신이 규제의 대표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로드맵은 많은 관심을 끈다. 결국 정부는 규제의 벽을 허물어 경쟁을 촉진,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IT는 현재 컨버전스라는 거센 회오리 속에 있다. IT 컨버전스는 단순히 하나의 휴대폰에 여러 기능을 내장하는 기술의 복합을 넘어 건설ㆍ유통ㆍ가전ㆍ금융ㆍ문화 등 사회의 모든 산업과의 융합으로 진행 중이다. 이를 흔히 ‘유비쿼터스(ubiqutious)’라고 부른다. 유비쿼터스의 핵심은 바로 다양한 산업군(群)과 IT의 유기적 결합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방면에서 규제를 허물고 IT와 다른 산업의 컨버전스를 막는 장벽을 과감히 무너뜨릴 때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 수 있다. 특히 개별 기업들의 기술이나 서비스 경쟁력의 제도적 발판이 되는 부처의 정책적 공유 및 협력을 통한 방향 제시는 절대적이다. 이는 현재 표류하고 있는 인터넷TV(IPTV)를 둘러싼 업계와 업계, 부처와 부처의 충돌에서도 잘 나타난다. ‘나’만을 위한 편협한 사고로 정체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대승(大勝)적 안목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인가. IT 한국의 미래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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