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백화점 사고 현장 촬영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영화 '가을로'(감독 김대승, 제작 영화세상)에 출연한 배우 엄지원(29)이 촬영 기간 중 고생스러웠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엄지원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의 시사회에서 "백화점 사고로 매몰된 공간에서의 세진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내게 가장 큰 숙제였다. 촬영 현장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지만 사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며 촬영 중 고충을 토로했다. 엄지원의 고통은 극중 삼풍 사고의 생존자인 세진의 아픔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 빗물을 유일한 생존 수단으로 삼은 채 십수일을 고립된 공간에서 버텼던 세진을 표현하기 위해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정신적인 고통이 뒤따랐던 것.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과 고립일이 길어질수록 변해가는 몸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글리세린이라는 약품을 몸에 범벅이 되도록 바르고 촬영을 해서 제대로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상태까지 되고 말았다. 엄지원은 "백화점 매몰 공간에서 살기 위해 버텼던 세진의 상황이 상상은 됐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표현에 고민이 따랐다. 사고 관련 다큐멘터리 생존자 인터뷰 등 비디오 자료, 심리학 서적 등을 읽으며 캐릭터에 다가가려 애썼다"고 말했다. 영화 '가을로'는 결혼 약속을 한 연인(김지수)을 백화점 붕괴 사고로 잃은 한 남자(유지태)와 그 사고를 겪고 살아남은 한 여자(엄지원)의 우연한 만남을 다뤘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