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 1년] 서민 내집마련 더 힘들어져
판교 중심 공급확대도 인근 아파트 분양가 끌어올려
정두환 dhchun 기자 dhchung@sed.co.kr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강남권 집값을 진정시켰지만 강도 높은 규제로 거래시장을 침체에 빠뜨리면서 새로운 딜레마를 낳고 있다.
한 마리 토끼(집값)는 잡았지만 주택건설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정상적인 시장 기능은 살려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과제를 정부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문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보다는 ‘위축’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부동산 거래량은 8ㆍ31 대책 이후인 지난해 3ㆍ4분기 12.7%, 4ㆍ4분기 9.8%의 증가율을 보인 후 올 들어서는 1ㆍ4분기 26.3% 줄어든 데 이어 2ㆍ4분기에는 무려 34.1%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이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내집마련 체감지수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기차단을 위한 정부의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한도 제한으로 오히려 서민들이 내집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8ㆍ31대책은 투기차단 과정에서 정작 내집마련을 준비해온 실수요자마저 무차별적으로 규제의 틀 속에 갇히게 했다”며 “주택구매수요 감소-거래급감-신규공급 위축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공급확대’에 따른 가격인하도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8ㆍ31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 보유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간접적인 공급확대 효과가 있다”며 시장에서 제기됐던 공급위축에 따른 시장 불안 우려를 일축했었다.
하지만 정작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이른바 ‘세금 폭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강남권 매물은 크게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를 중심으로 일부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급락 수준은 아니다”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판교 신도시로 대표되는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책 역시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30일부터 시작된 판교 신도시 2차 동시분양에서 도입된 채권입찰제는 ‘이익환수’라는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용인ㆍ파주 등 수도권 신규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역효과마저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백성준 박사는 “정부가 지나치게 집값 억제라는 목표만 강조하다 보니 이에 따른 역효과는 가볍게 보고 있다”며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해 정책을 이원화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8/30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