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템플턴이 보유한 원화채권 규모는 총 28조1,9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 잔액(101조2,000억원)의 27.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 잔액 중 해외 중앙은행 비중이 40%를 웃도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템플턴의 투자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목별로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 19조원, 국고채 9조2,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채권 종목의 전체 상장잔액 중 절반가량을 템플턴 혼자 보유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10년에 발행돼 올해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 10-6호'는 전체 상장잔액 중 템플턴의 보유 비중이 47.5%에 달했다. 지난해 발행돼 오는 2015년 12월이 만기인 '국고 12-6'의 총 상장잔액 대비 템플턴의 보유 비중도 26.3%로 높은 편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단일 펀드로 원화채권 투자가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외국계 자금이탈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행된 후 템플턴 펀드의 운용전략이 바뀌면 한국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아직 템플턴 펀드의 자금이탈 조짐이 보이지는 않지만 특정 펀드의 투자집중 현상으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공개된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는 "특정 외국계 투자회사의 국내 채권투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심각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템플턴은 환율 방향에 베팅하는 투자 성향이 강하다. 앞으로 미국 출구전략이 시행돼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템플턴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은 원화 강세를 기대하며 원화채권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템플턴의 운용 방향이 변경되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