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 전쟁이후] 2.단기전, 세계경제 터닝포인트 될까

이라크전 장기화의 경우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숨죽이며 전황을 지켜보던 전 세계인들은 이번 전쟁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된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쟁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와 신규 채용을 미뤄왔던 기업인들은 본격적인 투자확대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채워뒀던 지갑을 열며 증시는 황소장세에 진입할 것인가? 대답은 `글쎄…`다. 전쟁이라는 `짙은 안개`는 걷히고 있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에 상처받은 세계 다자주의 구도와 반미 감정확산으로 인한 무역활동 저조, 또 다른 테러 발생의 우려 등이 여전히 세계 경제를 깊은 수렁에 몰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ㆍ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장악한 지난 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경제 주간 비즈니스 위크는 종전이후 세계 경제는 더 큰 위협 앞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일제히 게재한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주요 경제 이미 침체 조짐=미ㆍ영 연합군이 전격적으로 바그다드에 진입한 지난 4월 7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증시는 일제히 환호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 주요 지수들은 모두 고개가 꺾였다. 전황에 고무됐던 세계 투자자들이 `전쟁이 끝난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냉담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후세인 정권은 끝났다`는 미 백악관의 선언에도 불구, 지난 주말 미 증시가 맥을 못춘 것은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가 극도로 취약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최근의 주요 지표들은 대부분 우울하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지수는 9ㆍ11 사태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35만7,000명의 실업자를 양산해낸 미국에서는 3월에도 10만 8,000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었다. 유럽의 경우도 미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 독일은 기업 신뢰지수는 `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 생산은 추락하고 있으며 소비 역시 우울하다. 프랑스에서는 3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1996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럽상공회의소는 올 봄 유럽의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bleak)`고 밝혔다. ◇세계 다자주의 구도 위기=이라크전을 계기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 측면도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돼온 세계 다자주의 구도가 최근 미ㆍ유럽ㆍ아랍세계간의 긴장 고조로 위기에 처한 상태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그 타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무역협상 테이블에도 싸늘한 냉기가 감지되면서 1990년대 폭발적인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한 `세계화`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종전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포스트 워(Post War)시대를 맞아 그동안 우리가 알고 이던 `세계화`는 중도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라크 재건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 그동안 표면적으로나마 균형과 견제가 이뤄져 왔던 국제사회는 또 다른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낙관론도=물론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전망이 모두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제도준비위원회(FRB)의장은 최근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면서 미 경제는 새로운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자신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이제 전쟁을 마무리짓게 됨에 따라 경제 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 붙힐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우려했던 유가 폭등사태 없이 연합군이 이라크의 주요 유전을 장악, 향후 시장에 이라크의 원유가 쏟아져 나올 경우 유가 하락의 혜택을 전세계가 누릴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최근 주요 국가들의 올 경제 성장률을 하향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호른스트 퀼러 총재는 “종전 이후 전세계 경제가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현상황에 대해 대체적인 긍정의 시각을 피력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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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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