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점퍼

'순간이동' 초능력 소년 인생을 만끽하는데…<br>첨단 특수효과 관객 압도… 세계 각국 풍경등 볼거리 풍성


코 흘리개 어린 시절 하늘을 날고 투명인간이 되는 허무맹랑한 꿈을 한번쯤 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초능력을 발휘하는 만화속 주인공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동심(童心)에게 사랑받는 초능력자도 제 입맛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 종류도 다양해 투명인간ㆍ순간이동ㆍ텔레파시ㆍ투시력ㆍ장풍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지만 그 중에서 투명인간과 함께 순간 이동은 아마도 꼬마들에게 손꼽히는 초능력이 아닐까. 순간이동에 대한 이러한 '로망'은 1992년 스티븐 굴드의 소설 '점퍼'로 실현된 뒤 드디어 할리우드 영화로 재현됐다. 개봉 전 소설이 먼저 국내 출간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점퍼'가 최근 전세계 동시 개봉한 것이다.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시쳇말로 '왕따' 당하는 17살 소년이다. 어느날 강 바닥의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겪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순간이동 능력인 '점프'를 자각하고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데이빗은 불행하다. 어머니는 5살 때 가출했고 아버지 마저 그를 학대하기 때문. 데이빗은 결국 집을 나와 뉴욕으로 도주한다. 자신의 초능력으로 은행을 턴 그는 8년 동안 도쿄ㆍ로마ㆍ이집트 등 전세계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하며 인생을 만끽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뿐 '점퍼'를 추적하는 비밀조직 '팔라딘'에게 쫓기며 생명을 위협 받는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그 동안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을 탄생시켜왔다. 슈퍼맨ㆍ배트맨ㆍ스파이더맨ㆍ엑스맨ㆍ원더우먼 등 초능력 종류만큼 다양한 영웅들이 나왔다. 그들의 능력은 지구를 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인간적 매력까지 더해 많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웅이 왜 나오지 않았을까 늘 궁금하게 생각했다. '점퍼'가 이렇게 늦게 선보인 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이 영화는 특수효과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 기술의 진보를 이뤄 관객을 압도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세계 각국의 풍경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원작 소설의 탄탄하고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는 영화의 화려한 스타일에 묻혀 온데 간데 없이 '순간이동'한다. 한바탕 요란한 소동을 벌이지만 깨어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 '백일봉'이라 평하면 야속하다 할까. 이 점만 감안하고 극장에 나선다면 천진난만한 동심에 젖어보는 기회가 될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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